이란이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공격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러시아·이란의 군사 협력 심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7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윌리엄 번스 국장과 영국 비밀정보국(MI6) 리처드 무어 국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FT 주최 행사에 공동 참석해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번스 국장은 “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든 다른 종류든 탄도미사일을 보낸다면 이는 방위 파트너십의 극적인 확대를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란의 미사일을 완벽하게 만들어 중동 전역의 우리 친구들과 파트너들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러시아의 성능 개선 가능성도 제기했다. 무어 국장 역시 “만약 그것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된다면 매우 분명해질 것”이라며 “이것(폭발하고, 민간인을 죽이고, 파괴하는 것)이 이란이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이란이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백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러시아로 선적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은 이 같은 사실을 즉각 부인했지만 이번 사안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해 온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 미국이 중동 전쟁 확전을 막기 위해 자제해온 대이란 제재 등과 맞물려 있는 만큼 파장이 크고 이·러 관계 심화에는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번스 국장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한 것이 러시아 엘리트들 사이에서 전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 신화에 균열을 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세를 “중요한 전술적 성과”로 평가했다.
러시아가 제기하는 위협과 중동에서의 분쟁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영 정보 수장 모두 ‘가장 큰 도전’으로 중국의 부상을 꼽았다. 번스 국장은 CIA가 중국에 할애한 자금이 지난 3년간 3배 증가해 기관 예산의 20%를 차지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한편 CIA와 MI6 두 기관장이 공개 행사에 함께 참석한 것은 77년의 정보 공유 파트너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이번 공동 참석의 목적이 전례 없는 글로벌 위험의 시기에 미영 관계의 강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