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항해 온 야권 지도자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결국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에서 며칠간 자발적 난민으로 지내던 야당 당원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조국을 떠나 스페인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는 조국의 평온함과 평화를 위해 곤살레스 우루티아의 출국을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정부도 같은 날 망명 사실을 확인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서 “곤살레스 우루티아는 그가 요청한 대로 스페인 공군기로 날아왔다”며 “스페인 정부는 모든 베네수엘라인의 정치적 권리와 신체 보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부정 개표 논란에도 불구하고 3선을 확정한 마두로 대통령은 대선 이후 야권 탄압을 본격화했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이달 2일 야권 연합 민주야권연합(PUD)의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곤살레스 우루티아에 대해 권력 찬탈과 정부 전복 음모, 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측은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세 차례 소환했지만 불응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올 7월 친(親)여당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종료 6시간 만에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화하자 야당 연합은 자체 확보한 득표율을 공개하며 “개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선관위가 개표 참관을 거부한 데다 개표 결과가 서방 조사 기관의 결과와 배치되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자 검찰은 득표율 공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곤살레스 우루티아와 야권 연합 대표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등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국제사회에서도 비판 성명을 내놓는 등 마두로 정권에 대한 규탄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시위에는 강압적인 진압으로, 주변국들의 비판에는 “간섭하지 말라”는 일갈로 대응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반정부 인사들이 아르헨티나 대사관 내에서 마두로 대통령과 로드리게스 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계획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브라질 당국의 아르헨티나 대사관 관리 효력을 중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베네수엘라는 대선 결과에 대해 불공정성을 제기한 아르헨티나의 외교적 마찰을 겪은 후 외교관들을 모두 추방했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대사관 관리권을 브라질에 임시로 위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