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한국의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가 성장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경고 메시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BIS는 최근 발표한 정례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이 지난해 말 222.7%에 달해 100%를 넘었다”며 “부채 상환과 이자 부담이 성장을 저해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민간 신용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가계 등 민간 비금융 부문의 부채를 말한다.
BIS는 부채가 늘면 자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실물 자산이나 교육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성장이 빨라지는 효과가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와 성장의 관계가 처음에는 정비례하다가 어느 순간 꼭짓점을 찍고 반비례로 돌아서는 ‘역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의 경우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어 역U자형 곡선과 일치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민간 신용이 제조업 등에서 건설·부동산업으로 옮겨가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건설·부동산업은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과도한 대출 쏠림이 성장에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더 많이 증가한 국가일수록 총요소생산성과 노동생산성 감소는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이런 신용 재배분은 대출 증가가 둔화한 뒤에도 생산성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BIS는 “주식시장 역할 확대, 핀테크를 통한 금융 중개 기능 확대 등을 통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 신용이 유입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