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2014년 한화(000880)그룹과 삼성그룹 간 빅딜을 통해 탄생했다. 새 성장 동력으로 방산 분야를 점찍은 한화는 육상 무기 체계 생산 기업인 삼성테크윈과 통신·레이다 장비 업체 삼성탈레스를 총 8400억 원에 인수했다. 붐이 일었던 정보기술(IT) 산업도 아니고 방산 같은 사양산업을 비싼 값에 가져왔다고 비웃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10년이 흘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당시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변경하고 기존에 있던 방산 사업체 한화디펜스와 한화방산을 흡수합병하면서 사업에 힘을 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수합병 작업이 마무리될 당시 기업가치가 1조 7872억 원(2015년 7월 1일 기준)이었지만 현재는 8.2배나 늘어난 14조 6827억 원(11일 기준)에 달한다.
회사의 성장을 이끈 건 단연 K9 자주포다. 7월 루마니아 54문을 포함해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총 10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 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외에도 다연장 로켓 천무, 탄약 운반 장갑차 K10, 궤도형 장갑차 레드백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천무는 폴란드와 290대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현지 합작 생산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호주에서 첫 수출 기록을 세운 레드백은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서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2분기에만 지난해보다 356.5% 증가한 35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찍었다.
삼성탈레스에서 진화한 한화시스템(272210)의 통신·레이다 사업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5월 이탈리아 방산 기업 레오나르도와 경공격기용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 안테나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7월에는 LIG넥스원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기로 한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천궁-Ⅱ’에 다기능레이더(MFR)를 공급하는 계약도 성사됐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92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올해 전망치는 그 두 배에 달하는 1980억 원이다. 신성장 동력인 무인 수상정과 드론 등 무인무기 체계 사업도 순항 중이다.
항공·우주 부문 사업 또한 회사의 든든한 바탕이 되고 있다. 항공 부문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약 20%를 담당했다.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엔진 창정비 생산을 시작으로 45년간 항공기와 헬기, 선박 등에 탑재되는 엔진 1만 대 이상을 생산하며 기술을 축적했다. 현재는 항공 엔진 부품 및 조립 사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2030년 100% 엔진 국산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우주사업의 경우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9500억 원이 투입되는 국가 차세대 발사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발사체 관련 지식재산권(IP) 소유권 범위를 놓고 항우연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타협안을 신속히 찾아 사업에 영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는 지난해 한화오션(042660)(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육·해·공 체제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한화오션은 이지스 구축함과 호위함, 잠수함까지 제작 가능한 ‘특수선 명가’다. 현재 HD현대와 7조 원 규모로 2030년까지 6000톤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에어로스페이스·시스템·오션 등 한화 방산 3사는 근래 최대 규모인 600명의 대졸 신입 사원을 올 하반기에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무기 수요가 증가 추세인 가운데 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은 10일 발표한 산업 리포트를 통해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동·북유럽 무기 획득 예산만 4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2024년 한화의 글로벌 방산 기업 순위는 19위인데 한화는 2030년 글로벌 톱 10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