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멕시코, '판사 직선제' 강행…"독재정권 때로 돌아갈 것" 우려 확산

사법 개혁안 상원 통과…사실상 공포만 남겨놔

경제계 "투자 어려워질 것…50년전으로 후퇴"

S&P글로벌 "재정 타격시 신용등급에 부정적"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AFP연합뉴스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AFP연합뉴스




멕시코에서 ‘판사 직선제’가 시행을 목전에 뒀다. 사법부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국내외 우려 속에서도 멕시코 정부와 거대 여당은 사법 개혁을 강행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상원은 11일(현지 시간) 새벽 표결을 통해 사법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표는 86명으로 정족수(재적 의원 128명의 3분의 2)를 턱걸이로 넘겼다. 법안은 지난주 하원을 통과해 절차상 주의회 가결과 대통령의 공포만을 남겨뒀다. 개혁안 효력이 발생하려면 주의회 32곳 중 과반인 17곳의 의결이 필요하다. 현재 여당 동맹이 다수인 주의회가 24곳인 만큼 주의회 의결 역시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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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안은 대법관을 포함한 법관 7000여 명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대법관 정원 감축(11명→9명), 대법관 임기 단축(15년→1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만 구성, 대법관 종신 연금 폐지, 법관 보수의 대통령 급여 상한선 초과 금지 등의 내용도 담았다. 객관성과 공정성에 어긋한 판결을 내린 판사를 벌하기 위한 고등징계법원을 신설하기 위한 근거 역시 제시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정부는 사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개혁을 강행하고 있다. 사법부 노조는 개혁안이 판사들을 정치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며 몇 주 전부터 파업을 이어왔다. 이날도 사법부 노조와 법합부 대학생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상원 심의를 앞두고 회의장으로 진입해 농성을 벌였지만 여당은 대체 회의실을 확보해 법안을 처리했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개혁안의 상원 통과를 환영하며 “우리가 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뒤를 이어 대통령직에 오르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도 “사법 행정을 강화하고 부패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는 법률 개정을 두고 위헌 판결 등으로 제동을 걸어온 사법부와 여러 차례 마찰을 빚어왔다.

멕시코 경제계에서는 사업 환경이 50년 전 제도혁명당(PRI)의 이른바 ‘일당 독재’ 때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 은행은 물론 석유·통신 등 산업을 국유화했다. 멕시코 경제인연합회의 호세 메디나 모라 대표는 “우리는 권력을 분리하고 어떤 정당도 지나친 권력을 갖도록 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형성해왔다”며 “(사법 개혁이 시행되면) 멕시코는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됐던 1970년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불확실성이 큰 자국 시장 대신 해외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사회에서도 멕시코의 사법 개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멕시코와 역내 무역 협정을 맺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는 앞서 입법·행정부의 견제력 상실로 “멕시코의 투자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켄 살라자르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는 “멕시코 판사를 직접 선출하면 마약 카르텔과 범죄자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법관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가 멕시코 정부의 반발을 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의 오마르 델라 토레 연구원은 이날 “멕시코의 판사 직선제에 대해 어떤 선호가 있지는 않다”면서도 “멕시코의 사법 개혁이 투자나 재정 상태에 타격을 줘 멕시코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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