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로터리] 데이터 인프라의 힘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인공지능(AI) 시대는 새로운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AI를 작동시키기 위한 컴퓨팅 파워는 한 나라의 핵심 인프라가 돼야 하고 로봇 같은 이동체를 위한 공간 정보 인프라도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두말할 필요 없이 데이터 인프라다. 데이터 없이는 AI가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인프라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각종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하는 기반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기업이 기업 차원의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이용자들이 시중 여러 은행의 예금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금융 부문에 데이터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물론 인프라 없이도 데이터는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지만 이 경우 매번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크게 증가할 뿐 아니라 잘못된 데이터가 사용될 위험성 또한 크게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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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인프라는 국가 차원에서 보면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인프라 구축을 통해 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AI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대외적으로 보면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기업·부문별로 만들어 관리하던 데이터 인프라를 국가 수준에서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글로벌 차원에서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데이터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인 ‘가이아-엑스(GAIA-X)’ 등 범유럽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진 AI 기술력을 데이터 인프라로 만회하려는 것이다. 한국도 공공·금융 등 분야별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넘어 올해부터는 한국형 국가 데이터 인프라 개념을 새롭게 설계하고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에서 공공과 민간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유기적인 연계·활용을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국가 차원의 데이터 인프라 구축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저작권 분쟁 등 발생 가능한 수많은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국가 차원의 협력 기반을 만드는 건 모든 나라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AI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나라일지라도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실패해 경쟁에서 낙오할 수도 있다. 이를 역설적으로 보면 데이터 인프라가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AI 기술력이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뒤처진 상황에서 어렵지만 전 국민이 뜻을 모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일거에 AI 선진국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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