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음주운전자가 사용하는 차량에 ‘음주운전 방지 장치’ 부착을 의무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다음 달 25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에게도 음주운전 방지 장치 부착이 명문화된다. 어린이 안전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의무화 대상이 아니어서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9일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25일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행을 앞두고 운행기록 미제출자에 대한 과태료 규정 등 구체적인 조항을 담았다.
지난해 10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 재범에게 스스로 음주 측정을 해야 시동이 걸리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5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사람은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단 차량에 한해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최소 2년간의 음주운전 면허취소 결격 기간이 지난 2026년 10월에야 실제 장치를 부착하고 운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이 새롭게 명시한 것은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설치·등록할 수 있는 차량 종류에 ‘어린이 통학버스’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기존 법률에서도 여객자동차·화물자동차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여기에 어린이 통학버스가 추가됐다.
경찰이 해당 규정을 개정한 것은 잇단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0~2022년 어린이 통학버스 음주 사고율은 일반 버스보다 12.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에도 서울 도봉경찰서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 상태로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한 50대 운전자를 검거하기도 했다.
문제는 어린이 통학버스의 경우 음주운전 방지 장치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설치를 유인할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올해 선제적으로 어린이 통학버스에 음주운전 방지 장치 100대를 무상 보급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지원 차량은 78대에 그쳤다. 250만~300만 원 상당의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직접 설치하게 된다면 호응은 더욱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측은 “이달 중 잔여 버스에 한해 추가 모집을 마치고 별도의 무상 보급 확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통학버스의 음주운전 방지 장치 법제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음주운전 방지 장치는 술 마신 다음날 술이 다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이른바 ‘숙취운전’에 높은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 시행 중인 미국·캐나다·스웨덴 등에서도 음주운전 차량 시동 잠금 장치 도입 후 최대 90% 이상 음주운전 재범률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류준범 한국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프랑스도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을 어린이 통학버스부터 시작했다”면서 “어린이들은 통학버스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도 정착을 위해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애라 한국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부착한 뒤 운행기록을 제출하거나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 등 복잡한 절차가 이어지는 데 비해 별도의 인센티브는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동차 보험료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