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응급의료 대란 우려가 커졌던 추석 고비를 넘기고 19일 체코로 출국한다. 윤 대통령은 24조 원 규모의 원전 건설 수주에 쐐기를 박고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일즈 외교’를 펼치며 표류하는 국정동력을 끌어모은다는 복안이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일 참모진 회의에서 추석 연휴 기간 응급 의료체계가 대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하며 의료진과 국민들의 협조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의 어려움과 불편이 없진 않았지만 밤낮없이 현장을 지켜주신 의료진, 환자 이송에 애써주신 구급대원 여러분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며 “의료 종사자의 헌신, 무엇보다도 큰 병원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며 불편을 감내해 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이탈로 응급실 근무 의사가 지난해 4분기보다 400명 이상 줄었지만 예년보다 내원 환자가 20% 이상 줄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 수는 하루 평균 2만 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 9911명)과 올해 설(3만 6996명)보다 20% 이상 줄었다.
의료개혁 완수를 위한 행보에 집중해온 윤 대통령은 이번주 중후반부에는 외교 일정에 시간을 쏟을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2박 4일 일정으로 체코를 공식 방문한다. 체코에서 페트르 파벨 대통령,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잇따라 회담을 열고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앞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에 국가적인 지원 의지를 피력하며 수주를 사실상 확정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통령실은 체코와 ‘원전 동맹’ 체결을 계기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도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식하고 한미가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원전 동맹 파트너십’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는 5대 그룹 총수 전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가 동행한다. 정부 뿐 아니라 민간 차원의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고속철도 분야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양국 협력을 실질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내년 양국 수교 35주년 및 전략적동반자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핵 등 북한 문제 대응 공조 강화를 포함한 협력 증진 논의도 이뤄진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이 국정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공을 쏟고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와 의료 공백에 따른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기미를 나타내면서 여권 전반의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원전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둔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고사 직전까지 갔던 원전 생태계가 부활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며 관련 산업 의존도가 높은 창원 등 영남 등지에서 우호적 여론이 올라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