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는 정말 믿을 수 없는, 비현실 속의 인물이다.” (르브론 제임스)
“그냥 미쳤다.” (패트릭 머홈스)
오타니 쇼헤이(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50홈런·50도루는 미국프로농구(NBA) 통산 최다 득점의 제임스와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3회 우승을 이끈 쿼터백 머홈스도 흥분하게 만들었다. 각계 전설들을 들썩이게 할 만큼 만화나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일을 현실에 구현해낸 것이다.
오타니는 20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론디포파크에서 벌어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20대4 다저스 승)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홈런 3개와 도루 2개를 포함, 6타수 6안타 10타점 4득점을 올렸다. 전날까지 48홈런·49도루를 기록 중이던 그는 51홈런·51도루로 MLB 148년 역사상 최초로 50·50클럽을 만들어 1호 가입자가 됐다. 시즌 종료까지 9경기나 남기고 넉넉하게 최초 기록을 썼다. 최근까지 50·50에 가장 근접했던 기록은 지난해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의 41·73,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의 46·41 등이었다.
1회 2루타 뒤 3루를 훔쳐 50도루를, 2회 우전 안타 뒤 2루에 안착해 51도루를 기록한 오타니는 6회 투런포로 49홈런을 치고는 12대3이던 7회에 마침내 투런 홈런으로 50·50을 완성했다. 2사 3루에서 상대 오른손 불펜 마이크 바우만의 4구째 너클 커브를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기면서 파워와 스피드 겸비의 신화를 쓴 것.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오타니는 다저스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하며 베이스를 돌았다. 제대로 날을 잡은 그는 14대3이던 9회 2사 1·2루에서 51호 홈런까지 작렬했다.
오타니는 불가능의 영역에 있던 50·50을 어떻게 가능의 영역으로 끌고 왔을까. 첫 번째는 이상적인 스윙이다. 첫 단계에서 긴 팔과 몸의 연결된 기동이 스윙을 이끌고 마무리는 엉덩이와 다리의 자연스러운 회전이 주를 이뤄 가장 효율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올 시즌 MLB 전체에서 450피트(약 137m) 이상의 대형 홈런이 가장 많은(9개) 선수가 바로 오타니다. 두 번째는 끊임없는 공부다. 더그아웃의 벤치에서 오타니는 늘 태블릿을 들고 홈플레이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는다. 상대 투수의 견제 동작을 면밀히 살피기 위함이다. 중심 이동과 머리 위치 변화까지 확인하고 1루 코치와 수시로 의견 교환도 한다. 이런 공부와 준비로 오타니는 55차례 도루 시도에서 51번을 성공하는 역대급 성공률을 찍었다.
이날 하루에 작성한 기록도 여럿이다. 한 경기 3홈런 2도루는 MLB 최초이며 한 경기 10타점에 5개 장타도 역시 처음이다. 오타니는 2루타도 2개를 쳤다. 타율 0.294, 51홈런, 120타점, 123득점, 176안타, 51도루, 출루율 0.376, 장타율 0.629, OPS(출루율+장타율) 1.005의 오타니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예약했고 개인 세 번째 만장일치 MVP도 기대된다.
ESPN의 저명한 기자인 제프 파산은 얼마 전까지도 오타니가 수비 공헌이 없는 지명타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올 시즌 최고 선수 논쟁에서 후순위라고 평가했는데 이날은 적극적으로 오타니의 업적을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파산은 “새 팀에서 첫 시즌이고 가장 친한 친구가 1600만 달러를 빼돌린 사건(통역사의 불법 도박·송금 파문)을 겪은 데다 팔꿈치 수술 후 첫 시즌인데도 50·50을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8년 투타 겸업의 ‘이도류’로 빅리그에 데뷔한 오타니는 올해는 수술 여파로 타자 역할에만 집중했다. 다저스가 10년 7억 달러라는 세계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 계약(총액 기준)을 안긴 이유를 전 세계에 증명한 그는 “내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순간인 것 같다. 이 경기장은 가장 좋아하는 구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론디포파크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타니가 일본에 우승을 안긴 곳이기도 하다.
한편 오타니는 50호 홈런 공을 전달받지 못했다. 공을 주운 한 남성은 구단에 양도하지 않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홈런 공 경매 최고액은 300만 5000달러.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70호 홈런 공이 주인공이다. 이 기록이 이번에 깨질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