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가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치매 극복의 날)’이다. 치매는 주로 65세 이상 노인에게 나타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지난해 국내 기준으로 노인 10명 중 1명이 이 질병을 앓고 있다.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매 치료제가 없고 치매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20일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은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치매 환자는 105만 2977명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치매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9년 55만 1845명에서 2023년 67만 4963명으로 4년 동안 22.3%나 증가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의 뇌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서 스스로 판단하거나 일을 수행하기 어려워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후천적으로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및 추상적 사고력 등 다양한 지적 능력이 저하된 경우를 말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성 치매(이하 알츠하이머)는 치매 환자 70% 이상이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의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정상적으로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로 구성된 신경 내 신경섬유매듭의 형성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는 발병 초기에는 기억력이 감소하고 중기에는 언어기능 및 판단력 등 여러 인지기능 이상이 동반된다. 진행 과정에서 성격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문제는 알츠하이머는 점진적으로 악화되어 초기 증상이 경미해 발견하기 어렵고, 증상이 육안으로 나타났을 때는 이미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알츠하이머로 진단되면 뇌 손상 진행을 되돌리거나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치매가 더욱 나빠지기 전에 조기 진단 및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알츠하이머가 의심되는 경우, 보호자와 환자의 문진을 통해 인지 및 행동수행 능력 등을 평가하고 뇌영상진단(MRI, PET CT등)을 통해 뇌혈관 질환 여부와 뇌 위축 상태 등을 확인한다. 기존 진단법인 PET C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구성된 약물(FDG-F18)을 체내에 주입한 후 방사선 발생량을 측정하는 검사법으로, 반복된 다량의 방사선 노출이 있을 경우 발암 위험성이 있고 비용과 진단 시간이 부담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방사선 노출 없이 단 한 번의 검사로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모두 검출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질환 표지자 검사 2종(CSF 검사)가 각광받고 있다. 해당 검사는 알츠하이머가 뇌조직에 축적된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농도가 뇌척수액에서 변화한다는 점을 반영해 알츠하이머를 조기 진단한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경도 인지 증상을 가지며 아밀로이드 PET CT검사와 알츠하이머질환 표지자 검사 2종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는 환자 277명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질환 표지자 검사 2종을 진행한 결과, 기존 아밀로이드 PET CT 검사 결과와의 높은 양성 일치율(PPA, 90.9%) 및 음성 일치율(NPA, 89.2%)을 보였다. 이는 알츠하이머질환 표지자 검사 2종이 기존 PET CT 검사를 대체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안선현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치매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안기는 질환으로,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우선시돼야 한다”며 “알츠하이머가 의심된다면 방사선 노출을 피해 검사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질환 표지자 검사 2종(CSF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