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선한 '진짜 가을' 올까…주민 1500명 대피 역대급 '가을 폭우'

이틀 간 폭우로 1014세대 1501명 대피

393건 시설 피해·소방 신고만 3828건

경남 창원 '529㎜ 비'…일 강수량 갱신

'9월 폭염'은 해소…평년 기온 이어질 듯

21일 오후 경남 거제시에 200㎜가 넘는 비가 내린 가운데 수양동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21일 오후 경남 거제시에 200㎜가 넘는 비가 내린 가운데 수양동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에 이틀 새 5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전국 곳곳에 뒤늦은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예상보다 일찍 저기압으로 약화하면서 발생한 폭우로 1500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대피하고, 각종 사건·사고도 발생했다.



남부지방을 때린 ‘폭우’…일 강수량 ‘역대 최고치’ 갈아치우기도


2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한 마을 골목이 폭우로 사람의 무릎 높이까지 물에 잠겨 있다. 사진 제공=부산소방본부2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한 마을 골목이 폭우로 사람의 무릎 높이까지 물에 잠겨 있다. 사진 제공=부산소방본부


22일 오전 6시 기준 중대본 국민 안전관리 일일상황에 따르면 20일부터 내린 호우·강풍·풍랑으로 인해 7개 시도 46개 시군구에서 1014대 1501명이 주거지에서 대피했다. 이 중 455세대 682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남이 260세대 37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130세대 196명, 부산 24세대 50명, 전남 31세대 47명 등 순이었다.

시설 피해도 잇달았다. 공공시설에서는 도로침수 107건, 토사유출 21건, 옹벽붕괴 1건 등 162건의 피해가 있었고, 사유시설에서는 주택침수 170건 등 231건의 피해가 보고됐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소방은 3828건에 달하는 배수 지원·안전조치 등 소방활동을 벌였다. 44명의 인명구조 활동도 펼쳤다.

특히 경남에는 최대 529㎜ 비가 내리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자정부터 21일 오후 10시까지 경남지역에 평균 287㎜ 비가 쏟아졌다. 창원시가 529㎜로 가장 많았고 김해시 426.7㎜, 고성군 417㎜, 사천시 403.3㎜ 등이었다.



역대 일 최다 강수량을 갱신한 지역도 여럿이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21일 경남 창원(397.7㎜)은 1985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일 강수량을 기록했다. 김해(368.7㎜), 거제(348.2㎜), 양산(336.0㎜)도 관측 기록을 뒤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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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8시 45분께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있다. 사진 제공=부산소방본부21일 오전 8시 45분께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있다. 사진 제공=부산소방본부


폭우 피해로 21일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는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사고로 도로에서 배수 지원을 하던 부산소방본부 배수 차량이 싱크홀에 빠졌고, 지나가던 5t 트럭도 이 구멍 속에 빠졌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관계당국은 사고 경위 조사 후 22일 되메우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500㎜가 넘는 비가 내린 경남 창원에서는 밤 10시께 산호동 4층 빌라 3~5동 뒤편 길이 50m 옹벽이 무너지며 건물에 닿았다. 추가 붕괴 위험으로 인해 주민 30세대 54명이 행정복지센터 강당과 친인척집 등으로 대피했다.

시간당 7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진 전남 장흥에서는 같은 날 8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10대와 인력 50명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뚝 떨어진 기온…'진짜 가을' 날씨 되찾을까


전국 낮 최고기온이 30도 미만으로 떨어진 2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하늘이 파랗다. 뉴스1전국 낮 최고기온이 30도 미만으로 떨어진 2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하늘이 파랗다. 뉴스1


22일은 온대저기압이 동해남부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비가 그쳤다. 호우의 영향으로 22일 낮 최고기온은 20~28도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평년 낮 최고기온이 22~26도인 것과 비교하면 평년을 따라잡은 선선한 날씨를 보이는 셈이다. 다만 동풍이 유입되면서 강원 영동·경상권 일부 지역,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경북동해안·경북북동산지 5~30㎜, 23일까지 강원 영동 10~60㎜, 제주 5~40㎜다. 대기 불안정으로 충청·전라권, 경북 일부 지역·경남에서는 저녁부터 5~20㎜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불과 추석 연휴에도 폭염특보가 내려진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새 큰 변화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전국에서 폭염경보(125곳)·폭염주의보(41곳)가 발령됐다. 서울에도 폭염특보가 내려졌는데, 이는 2008년 폭염특보제 도입 이후 역대 가장 늦은 폭염특보였다. 제주 지역에는 22일 기준 올해 75일 열대야 기록을 다시 세웠다. 역대 가장 많은 열대야가 나타났던 2022년(56일)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7월 15일부터 8월 30일까지 47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폭염을 불러왔던 티베트고기압이 약화하고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다음주도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겠다. 다음 주 전국의 기온은 아침 12∼23도, 낮 24∼30도로, 평년(최저 12∼18도, 최고 22∼26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일 전망이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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