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의 올해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장사’로 번 돈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는 비판에 희망퇴직금을 줄이자 퇴직자 수가 감소해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올 들어 이자 이익 증가 등으로 최대 실적 기록을 연이어 갈아 치우고 있지만 정작 채용 문은 좁아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고임금·고령화 구조가 심화해 성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채용 인원은 총 1735명으로 지난해 2510명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420명을 채용한 KB국민은행은 올해 상·하반기 합해 300명을 선발하며 신한은행은 지난해 500명의 절반 수준(230명)으로 채용 규모를 확 줄였다. 우리은행(500명→390명)과 하나은행(460명→350명)도 각각 채용 인원 수를 축소했다. 지난해 630명을 채용했던 NH농협은행은 올 상반기에 565명을 뽑은 후 아직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은행 채용 문이 좁아진 구조적인 이유는 지속적인 영업점 축소와 디지털 전환 등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가 꼽힌다. 특히 올해는 최장 39개월치까지 지급했던 희망퇴직금을 28~31개월로 대폭 삭감해 희망퇴직을 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 희망퇴직금을 줄인 결과 퇴직자가 줄어 신규 채용 여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올 들어 현재까지 5대 은행의 퇴직자는 지난해(2368명)보다 875명 줄어든 1493명에 그쳤다. 일부 은행(신한·NH농협)이 아직 하반기 퇴직자 신청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감소 폭이 크다. 5대 은행의 연간 퇴직자는 2022년 2127명, 2023년 2368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급여가 많은 고연차 직원이 회사에 남으면 그만큼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공채보다 수시·경력 채용을 확대한 것도 (신규 채용 감소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 직원들의 고임금·고령화는 인건비 부담을 높여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판관비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21년 기준 67%로, 글로벌 평균인 50%보다 높다. 인건비 비중이 높다 보니 신규 투자·채용 여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은행을 포함한 5대 금융그룹의 전체 직원 가운데 30대 미만 비중은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10%대에 머문 반면 50대 이상은 같은 기간 15.9%→19.9%→24.2%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행원보다 책임자 비중이 더 높은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도 나타나고 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직원 수는 비슷한 자산 규모의 글로벌 은행보다 오히려 1만~2만 명 부족하지만 인건비 비중은 더 높다”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일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