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정 시설 내 수형자에 대한 의료 비용 급증과 함께 폭행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밀집·고령화라는 고질병이 자리하고 있다. 60세 이상 수형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적정 수용 인원을 크게 웃도는 수형자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예산을 초과하는 의료 비용이 발생하고, 교정 사고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가 현재 교도소 신축·이전·증·개축을 추진 중에 있으나 교정 시설에 대한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 탓에 수형자 밀집화를 해결할 추가 신설이 쉽지 않은 만큼 생계형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무부 ‘2024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 인원(미결수 포함)은 5만6577명으로 나타났다. 수용 인원은 4만9922명인데, 6000명 넘게 초과하면서 수용률이 113.3%에 달했다. 이는 2019년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2022년의 경우 교도소 수용 정원이 4만8990명이었으나 실제 수용 인원은 5만1117명을 기록, 수용률이 104.3%을 나타냈다. 지난 2021년(106.9%)과 2020년(110.8%)는 물론 2019년(113.8%)에도 수용률을 100%를 웃돌았다.
이들 중 미결수를 제외하고 형이 확정된 교도소 수형자는 3만5007명이다. 이들 가운데 60세 이상 수형자는 6504명으로 17.1%에 달한다. 수형자 5명 가운데 1명은 60세 이상의 고령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순(耳順)이 지난 수형자는 2014년만 해도 2801명(8.4%)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마다 2016년 3841명(10.5%)를 기록,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21년(5291명·15.5%)에는 15%선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6000명을 웃도는 등 17%까지 치솟으며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교정시설 과밀화와 수형자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 수형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따라 고혈압·당뇨 등 질병에 대한 치료·관리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교정시설 내 고혈압 환자는 1만1827명으로 2014년(7728명)보다 4000명 가량 늘었다. 당뇨를 앓고 있는 수용자도 2014년 4167명에서 지난해 6657명으로 2000명 넘게 증가하는 등 치료가 필요한 수용자가 늘면서 교정시설 의료비 집행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의료비 집행 금액이 416억6900만원으로 예산(329억2800만원)을 87억4100만원가량 크게 웃돌았다. 올해도 단 9개월 만에 의료비 집행 예산이 거의 소진됐다. 수용자 1인당 의료비가 2014년 30만3445원에서 지난해 63만6907원으로 두 배 이상 늘면서 교정당국이 고질적인 의료비 예산 부족에 빠진 셈이다. 법무부 측이 “자체 예산 절감으로 부족한 의료비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나, 이는 ‘급한 불 끄기’에 불과할 수 있어 예산 증액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기에 교정 시설 과밀화로 폭행 사건 등 징계도 폭증 추세다. 지난해 교정 기관 수용자 징계 건수는 3만323건으로 2014년(1만5541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징계 사유 가운데 하나는 직원 및 수용자 사이 폭행이다. 지난해 수용자간 폭행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6166건에 달한다. 10년 전(3356건)보다 2배가량 늘었다. 교정 직원에 대한 수용자들의 폭행 사례는 2014년 207건에서 지난해에는 848건으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들 폭행 사례만 7014건으로, 징계 사유 가운데 입실거부(8402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장을 지낸 율촌 김학성 고문은 “수용 정원을 큰 차이가 없는 데 비해 (수용) 인원만 크게 늘면서 5인이 들어가야 할 공간에 6~7명을 수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무더운 여름의 경우 조금만 붙어 있어도 서로 짜증을 내다보니,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과밀 수용이 이어지다보니, 떡잠(양쪽 어깨 부치고 취침)이나 칼잠(90도로 누워서 취침)하는 경우가 많다”며 “냉방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샤워도 (하루) 한 번만 시켜주는 등 열악한 상황이라 상호 분쟁도 많이 발생하고 제대로 교정·교화도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교정시설 과밀화가 폭행 증가 등 사고가 늘고 있는 데 대한 주요 원인이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목소리다. 법무부도 경기 북부구치소, 화성여자교도소 등 6개 기관을 신축하고, 원주·전주·창원교도소 등 7개 기관 이전을 계획 하고 있다. 또 영원·춘천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등 3개 기관 증·개축을 작업 중이다. 이들 계획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면 2028년까지 전국 교정시설 수용인원이 6만명대로 확대되나, 님비 현상 등 지역 반대에 부딪치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권수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예방·교정정책연구실장은 “가장 큰 원인은 과밀화인데, 신설이 쉽지 않은 만큼 말 그대로 ‘나갈 수 있는 수용자’를 늘려야 한다”며 “이동·주거 지역을 제한하는 자택 구금이나 살인, 마약 등 흉악범으 제외한 생계형 범죄자에 대해 재범위험성을 철저히 분석해 가석방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늘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도 교정기관에서 따로 치료하거나 수용·관리하는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밀화와 함께 정신질환 수용자의 증가가 폭행 등 교정 사고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만큼 이들을 따로 수용해 치료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는 총 6094명으로 2021년(4869명)보다 1000명 이상 늘었다. 이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불면증(1443명)과 불안·신경증적 장애(1003명)이다. 양극성 정동장애(630명)와 조현병(594명)도 수백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