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최후의 보루' 보험계약대출 석달째 늘었다

■7월 신규 취급액 3.9조 쑥

금리 높지만 DSR 제외 장점

돈 빌릴곳 없는 서민들 몰려

가계대출 규제 이달 본격화

이용자 더 늘어날 가능성 커





보험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은행을 포함해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이 막힌 서민들이 경기 침체 장기화 영향으로 생활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약관대출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최근 대출 문턱을 더 높인 만큼 약관대출을 받는 소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한 달간 국내 약관대출 신규 취급액은 3조 9033억 원으로 3개월 연속 늘었다. 5월 3조 1504억 원, 6월 3조 4346억 원 등 석 달 만에 약 7500억 원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증가 폭도 더 커졌다. 이로써 올 들어 7월까지 신규 약관대출 금액은 25조 69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약관대출은 담보대출 중 상대적으로 금리는 높지만 간편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어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불황형 대출은 보험계약대출·카드론 등 신용등급이 낮아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대출을 말한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수령하는 해지환급금의 최대 95%까지 빌릴 수 있다. 담보(해지환급금)가 있기 때문에 각종 증빙서류가 필요한 은행권 대출에 비해 별도의 심사를 받지 않고 간편하게 대출이 가능하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보험 보장은 유지하면서 급전이 필요할 때 빠르게 빌려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최후의 급전 창구’로 불린다. 다만 이자 연체 등으로 대출 원리금이 해약환급금을 초과하는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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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약관대출이 석 달 연속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중·저신용자 서민이 주요 고객인 저축은행 등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에 주력하면서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7월 말 기준 96조 9415억 원으로 2021년 10월 95조 5783억 원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으로 부동산 PF 부실이 커지면서 대출 영업 확대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며 “생활자금 등이 필요한 소비자가 차선책으로 보험사의 대출 상품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약관대출 금리가 비교적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손해보험협회의 올 8월 공시(7월 취급분)에 따르면 손보사의 약관대출 평균 금리(금리확정형·금리연동형)는 4.66%로 올 1월(4.83%)에 비해 0.17%포인트 내렸다. 금리확정형 상품의 경우 AIG손해보험은 3.85%로 유일하게 3%대 대출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평균 금리는 5.12%로 같은 기간 0.18%포인트 하락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금리확정형 상품 기준으로 4.23% 금리를 제공해 생보사 중 금리가 가장 낮다.

서진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에 반해 보험사는 고객 유인 전략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면서 은행과의 금리 차이가 줄었다”며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급전이 필요한 분들의 수요가 몰리는 등 경기 불황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은 더딘 가운데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가계대출 고삐를 조이는 효과가 9월부터 본격화함에 따라 급전이 필요한 수요자들의 약관대출 이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움직임에 맞춰 올 7~8월에만 22차례의 금리 인상과 수십 개의 가계대출 규제를 쏟아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올 7월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87%다. 최근 은행권의 연이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오히려 보험사의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조이는 경우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자금 수요가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풍선 효과는 최소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부터 추가로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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