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박스피





한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지수는 2011년부터 약 10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2200포인트 언저리까지 오르면 힘을 못 쓰고 내리고, 1800포인트 안팎에서는 다시 반등하는 식이었다. 2017년 반도체 호황으로 반짝 2500선까지 반등했으나 1년 만에 2000포인트 안팎까지 주저앉으며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장기간 게걸음 장세가 지속되자 코스피지수는 ‘박스피(박스권+코스피)’라는 오명을 얻었다.



국내 증시에도 ‘한국판 매그니피센트 7’이 등장하며 박스피의 천장을 뚫는 일도 벌어졌다. ‘매그니피센트 7’이란 엔비디아 등 미국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7개 종목들이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이른바 ‘BBIG7(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의 대표 기업)’이 강세장을 만들어냈다. 이 종목들은 해당 기간에 100~200%씩 상승률을 기록하며 불을 뿜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지긋지긋한 박스권을 벗어나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의 고지를 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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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의 게걸음 장세가 요즘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에도 반짝 미풍이 불었으나 미국 경기 둔화 우려,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이 제기되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0.8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3%), 대만 자취엔지수(24%), 일본 닛케이225지수(13%) 모두 연초 이후 더 올랐다. 한국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지수 편입을 노렸으나 불발되고 신흥국지수에서의 비중은 중국·인도·대만에도 밀려 4위에 그쳤다. 용의 꼬리도, 뱀의 머리도 되지 못하는 ‘샌드위치 증시’ 신세가 된 셈이다.

정부가 증시 밸류업을 위해 갖가지 방안들은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 없다. 첨단산업 육성, 주주 우대뿐 아니라 금융투자소득세 혼란 불식 등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손 놓고 있다가 장기간에 걸친 박스피가 재연될 수 있다.

이혜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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