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조 단위의 돈을 벌면서도 버젓이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법인세로 낸 돈이 155억 원이지만 실제 매출 추정치를 고려하면 6229억 원을 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가 공시한 지난해 매출액이 3653억 원으로 국내 경쟁사인 네이버와 카카오 매출액의 각각 3.8%, 4.8%에 불과해 국내 매출 누락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한국재무관리학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광고, 유튜브 구독 서비스, 앱 마켓 인앱결제 수수료 등을 합치면 12조 135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런데도 한국 매출이 적은 것은 세금을 적게 내는 싱가포르의 법인 매출 등으로 산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에는 국세청이 “고정사업장이라 할 수 있는 ‘서버’가 외국에 있어도 실제 사업이 한국에서 이뤄졌다면 과세하는 게 맞다”며 5000억 원의 법인세를 부과했으나 이 회사는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애플코리아·페이스북코리아 등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날 ‘인앱결제 피해와 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이 앱 개발사들로부터 자사 앱 마켓 이용 수수료를 3~5배 과다하게 떼간다는 ‘독점 피해’ 성토가 쏟아졌다.
한국 시장에서 거액의 수익을 내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은 조세 정의를 거스르는 행태다. 정부와 국회는 글로벌 기업들의 서비스별 매출액 공개 의무화 등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세수 결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십조 원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조세 누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빅테크의 조세 회피는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는 국내 경쟁 업체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네이버는 지난해 9조 6700억 원의 매출액에 대해 4963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도 이달 초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수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한 애플에 대해 EU가 부과한 130억 유로(약 19조 원)의 과징금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