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은 국가 안보를 위해 비밀리에 인터넷, GPS, 스텔스, 무인 드론 등 수많은 혁신적인 첨단 기술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 연구 기관이다. ‘다르파 웨이’는 미국의 다양한 TV 프로그램과 미디어에서 전쟁, 무기, 정부 비밀, 국가 안보에 대해 정기적으로 다뤄 온 애니 제이콥슨이 다르파의 창설에서부터 백악관 과학 자문, 과학자, 현역 군인 등 71명의 관계자를 인터뷰해 다르파의 비밀스러운 역사를 파헤치고,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다르파 프로그램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심층 르포다.
1958년 창설된 다르파는 연간 30억 달러에 달하는 연구 예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다른 국방 연구 기관과 달리 과학적 연구를 직접 수행하진 않았다. 국방산업, 학계, 정부 기관에 연구를 의뢰하고, 연구의 성공적 결과를 군사적으로 발 빠르게 적용했다. 덕분에 다르파는 평균 5년 정도 근무하는 120명 정도의 프로그램 관리자로 구성된 비정상적으로 ‘작은 조직’ 시스템을 60년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들은 엄격한 군사적 명령 체계에 속하면서 상당한 권한을 가졌고, 외부의 간섭 없이 연구 프로그램을 책임졌다. 이런 독특한 조직 운영은 혁신으로 이어진다. 다르파는 생명공학, 무인드론, 뇌-기계 인터페이스 등 세계를 완전히 뒤바꾼 수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수면 무호흡증과 기면증에 사용되는 강력한 약품인 ‘모다피닐’을 보자. 국방과학실은 최대 7일간 최소한 혹은 전혀 수면이 필요하지 않은 병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병사가 만들어진다면 잠을 자야만 하는 적들이 극히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르파는 해양 생물학자를 고용해 잠을 자지 않는 포유류인 고래와 돌고래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 언제 어떻게 인간이 고래와 돌고래처럼 뇌를 통제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다르파가 개발한 인공지능, 생명공학, 무인 드론 등은 새로운 전쟁 무기로 사용되기 위해 처음 세상에 등장했고, 참혹한 전쟁에서 맹활약 했다. 이같은 다르파의 연구 과정은 필연적으로 윤리적 논란을 가져온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을 보자. 다르파는 1970년대부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연구해 왔다. 다르파는 2004년에 이르러서야 “인간과 기계를 한 쌍으로 연결해 네트워크 사고력을 획기적으로 증대 시키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쟁터에서 목표물을 찾는 인간의 능력을 증가시키고, 인간의 인지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같은 기술은 인간을 원격으로 지시하거나 통제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르파의 수많은 프로젝트를 이끈 골드 블라트는 ‘청각 장애인이 듣도록 도와주는 달팽이관 이식이 당신의 생각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칩을 뇌에 이식하는 것과 어떻게 다르냐’며 다르파의 프로젝트가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에 대답한다.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