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과 경제정책은 입법이 필요하다. 미국의 선거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미국 선거에서는 자국 우선주의와 국제주의로 포장된 보호무역정책과 자유무역정책이 대립한다.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지역은 관세를 높이면 환호하고 해외 수입품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유무역에 박수친다. 관세를 올리고 다른 나라의 제조업을 국내에 유치하겠다는 선거공약은 자유무역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선거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가치를 상실한다. 어느 것이 자기 정당의 선거 구호였는지 모르는 의원이 있을 정도다.
국회에는 25만 원 보조금 정책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려는 정치 세력이 대립하고 있다. 25만 원 보조금 정책은 매표 행위에 불과하다. 보조금과 같은 이전지출은 이득과 손실이 상쇄돼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력이 떨어진다. 국가채무를 늘려 재원을 충당할 경우 금리가 상승해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고통이 증가한다.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하면 세금 증가로 소비 여력이 떨어진다. 데이비드 리카도의 동등성이라는 경제 이론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상식적으로 보조금이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을 뿌려 경제가 성장한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나라가 없을 것이다.
금투세를 폐지해서 직접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소수라는 주장이 있다. 정치 세력은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금투세 폐지 정책은 거래세에 적응이 된 자본시장이 금투세 강화로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해서 나온 정책이다. 모든 자본시장 참가자가 혜택을 입는다. 국회가 논리적으로 검토할 문제다. 선전과 선동에만 능한 사람들이 국회를 점령하고 있어 좋은 정책이 입법화되지 못한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회의 입법이 절실하다.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짊어진 재정 당국은 빚으로 집을 산 가계와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재정 당국의 부담도 떨어진다. 하지만 물가가 걱정이다. 통화 당국은 2023년 1월 3.50%로 올린 기준금리를 장기간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디스인플레이션 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은 떨어지지만 물가는 계속 오른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은 목표 수준인 2%를 상회했고 사람들은 물가 상승과 고금리에 적응하고 있다.
유동성을 풀면서 기준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가계대출 금리와 기업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를 올린 2023년 1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계대출은 다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금융상황지수로 판단하는 금융 상황도 긴축이 아니라 중립 수준에 놓여 있다. 국고채 금리(3년물)는 3.0%를 하회한다.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장기금리는 향후 저금리를 예상해 발생한 것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것을 입증한다. 실업률은 자연 실업률을 하회하고 비자발적 실직률(해고율)도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실질임금 상승률이 0.9%다. 임금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도 우려된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금리가 아니다.
15~64세 인구는 매년 수십만 명씩 감소하고 있다. 동 연령대의 인구는 2024년 8월에만 전년 동월보다 35만 2000명 줄었다. 성장을 이끌 인구가 감소해 저성장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금리보다 근본적인 구조조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경제가 활성화한다. 가계부채와 국가채무로 금융시장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준금리를 낮추고 가계대출을 막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 기준금리가 올라서 투자가 감소하고 기준금리를 내리면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도 아니다.
경제 활성화의 관건은 투자다. 대내외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 제고를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합리화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지원 등 투자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국회는 정부가 제시한 4대 개혁과 관련된 입법뿐 아니라 각종 세제 개혁, 투자 환경 개혁 등 구조조정을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국회의 합리적 토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