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가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 발주 사업의 공사비 인상을 촉구했다. 도시 정비 사업 등 민간 공사의 경우 조합 등과 협의를 통해 현재 시세에 맞춰 공사비 인상이 가능하지만 정부 발주 사업은 공사 원가 상승분이 쉽게 반영되지 않아 적자 시공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승구(사진) 협회장은 서울 광화문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설업계가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특히 정부 발주 사업의 경우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아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정부가 공사비를 낮게 책정해 최근 2년간 유찰률이 68.8%에 달했다. 이에 주택이 아닌 공공 분야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지방 건설사는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저가 발주의 대표적인 사례가 위례신사선이다. 위례신사선은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GS건설이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포기했다. 사업비를 1조 4847억 원에서 1조 7605억 원으로 증액해 다시 공고를 냈지만 입찰하는 업체는 없었다.
한 회장은 공공 발주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순공사비 98% 미만 투찰 낙찰배제’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공사비 98% 미만 투찰 낙찰배제’는 순공사비의 98% 미만 가격으로 입찰가를 써낸 업체의 경우 낙찰에서 배제하는 제도로, ‘덤핑수주’를 막아 건설 업계의 수익성을 보전하는 제도다. 현재 100억 미만 공사에만 적용되는 이 제도를 300억 미만 공사로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대한건설협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의원 입법 등을 통해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또 협회는 적정 사업비 산정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 사업의 공사비 과소 책정 및 삭감, 독소조항 등을 조사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등 규정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협회는 시공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책임준공 확약 등 불공정한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건설현장의 중복 안전점검도 업계의 애로 사항으로 지적됐다. 협회 관계자는 “유사·중복 안전점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하겠다”며 “안전점검 결과 정보망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률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