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청계천 일부 구간에서 반려견 출입이 시범 허용된 가운데, 청계천을 산책하는 시민들은 반려견 관리 문제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서울시에 살고 있는 반려견이 나날이 늘어나는 만큼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분변을 치우지 않는 등 일부 반려견주들의 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서울 황학교 청계천 인근에서는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시민들의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평소처럼 러닝을 하거나 산책 중인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려견 산책이 오늘부터 허용된다는 기자의 말에 “원래 허용이 안 됐던 거냐”며 놀라는 시민들도 있었다.
청계천 ‘댕댕이 출입’은 왜 금지됐을까
앞서 서울시는 이날부터 연말까지 황학교 하류에서 중랑천 합류부까지 이르는 4.1㎞ 구간에 대해 반려견 출입을 시범 허용한다고 밝혔다. 청계천은 2005년 복원 이후 반려견 출입이 금지돼 왔다. 서울특별시 청계천 이용·관리에 관한 조례 제11조에 따르면 시민의 안전 및 공익을 위해 낚시·수영·야영, 흡연, 노숙, 자전거 이용 등과 함께 동물동반 출입 행위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하천 중 반려견 출입이 불가한 건 청계천이 유일했다.
반려견의 청계천 출입이 금지된 것은 안전상 이유 때문이다. 청계천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측은 민원 답변을 통해 “청계천은 다른 하천과는 다르게 구조상 산책로가 협소하고 시민 밀집도가 높아 동물 동반 출입 시 다른 이용 시민의 통행을 불편하게 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용 시민과 어린이, 노약자 등이 동물을 피하다 낙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원24와 국민신문고 등 청계천 반려동물 산책 허용을 촉구하는 민원이 잇달아 제기되자 서울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의원회를 꾸려 논의한 끝에 일부 구간에 대해 반려견 출입을 시범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제도가 바뀐 데에는 반려동물 인구 증가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10가구당 1가구는 반려견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법도 전국 하천에 반려동물 운동·휴식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지난해 1월 개정되는 등 법률 체계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출입이 허용되는 구간은 산책로 구간이 넓고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성북천, 정릉천과 이어져 산책하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범기간 동안 반려견을 산책할 때에는 1.5m 이내의 목줄을 착용해야 하고, 맹견의 경우에는 입마개가 필수다. 배변봉투도 지참해야 한다. 구간이 시작되는 황학교 계단과 산책로 곳곳에는 ‘펫티켓(반려동물을 기를 때의 예절)’과 각종 준수사항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반려인구 늘어나는데 당연” vs. “분변 관리 안 되면?”…추가 인력은 없어
바뀐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지난달 4일 열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회의에서도 서울시설공단 측은 “민원을 정리하면 실제 70% 이상은 반대하고, 30%가 찬성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반려동물과의 상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청계천도 검토하라는 시장님의 지시사항이 있었다. 시범사업 운영을 통해서 문제점이 없는지 분석하고 전면 허용 여부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계천에서 만난 인근 주민 천병민(67) 씨는 “요즘 반려견 산책은 많이 하는 추세이다 보니까 분변만 잘 치우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티즈를 산책시키려고 청계천으로 향하던 견주도 “근처에 있는 정릉천은 반려견 출입이 허용됐는데 청계천은 금지되어 있어 불편했다”면서 “오늘부터 허용된다고 해서 산책시키려고 가는 길인데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정적인 목소리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청계천에서 산책 중이던 70대 이 모 씨는 “지난번에 청계천을 산책하는데 분변을 제대로 처리해놓지 않아서 눈살이 찌푸려진 적이 있었다”며 “개 산책이 허용되면 이런 일이 반복될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80대 정 모 씨도 “황학교 주변은 노인들이 주로 오가다 보니 길을 걷다 가끔 개를 만나면 무섭다”고 말했다. 청계천 반려견 산책이 일부 허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서울시는 서울시설공단과 함께 현장 요원을 통해 관리 수칙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가 생길 시에 현장 계도를 실시할 방침이다. 현장 계도까지 불응할 경우 반려견주가 거주하는 관할 자치구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행 첫 날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시범 사업을 위해 별도로 추가 채용한 현장 요원은 없다. 기존 현장 인력을 통해 순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