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내 약가가 연간 약 3억 원으로 책정됐다. 국내 약가인 약 7000만 원의 3배가 넘고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높은 수준이다. 타그리소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약을 구매해야 하는 환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렉라자(미국 제품명 라즈클루즈) 30정(1개월 복용분) 가격은 1만 8000달러(약 2400만 원)로 책정됐다. 연간 약가로 환산하면 21만 6000달러(약 2억 9000만 원) 수준이다. 국내 판매가 7400만 원의 3배를 훌쩍 넘는다. 타그리소의 30정 가격 1만 7000달러(약 2300만 원), 연간 약가 20만 4000달러(약 2억 7000만 원)보다도 비싸다.
렉라자는 오스코텍(039200)이 개발하고 유한양행이 기술 이전받아 얀센의 모회사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수출한 약물이다. 국산 신약이 글로벌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약물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렉라자가 얀센의 이중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와 병용으로 처방된다는 점이다. 단독으로 사용되는 타그리소와 비교했을 때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처방받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연간 기준 타그리소 약가를 21만 6408달러(약 2억 9000만 원), 리브리반트 약가를 26만 1000달러(약 3억 5000만 원),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약가를 47만 7408달러(약 6억 3000만 원)로 추산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렉라자 병용 약물의 연간 약값은 타그리소 병용 대비 2배 가량으로 추정된다”며 “(시장에서 통하려면) 효능 또는 편의성 등의 데이터가 우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매출의 또 다른 변수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렉라자는 타그리소에 밀리고 있다. NCCN은 지난달 발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1차 치료 옵션 중 ‘권장 치료 요법’(Other Recommended)으로 등재했다. 타그리소가 ‘선호 요법’(Preferred)으로 등재된 것에 비하면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NCCN이 최신 임상 자료 등을 토대로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은 미국 내 항암제 처방의 지침이 된다.
유한양행이 렉라자로 높은 로열티 수익을 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결국 내년에 발표되는 임상 결과다. 높은 약가에 걸맞은 약효를 증명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NCCN 선호 요법으로 등재될 가능성도 생긴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선호 요법으로 등재되려면) 우수한 효능, 안전성 및 근거를 갖춰야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경제성이 요구된다”며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인데 내년 상반기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OS 중간값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얀센이 설정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미국 매출 목표는 50억 달러(약 6조 6000억 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10% 이상의 로열티를 수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현지 상업화에 따라 지난달 얀센바이오테크에서 기술료 6000만 달러(약 800억 원)를 수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