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배달 앱 플랫폼 회의가 최근까지 다섯 차례 진행됐지만 공회전만 이어지고 있다. 배달 플랫폼과 소상공인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이달 말까지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측의 극적인 화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입점 업체의 배달·매장 이용자 간 이중 가격제가 유통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우려된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배달 앱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 7월 ‘상생협의체’를 구성했다. 지난달 24일까지 총 다섯 차례의 회의를 마쳤다. 하지만 입점 업체와 플랫폼 업체 간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상생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쿠팡이츠 측이 ‘배달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정부가 과징금 등 제재 처분을 낮추고 직권조사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공정위 측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구속력 있지 않고 말이 안 되는 제안”이라며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배달의민족 측에서 배달 수수료 인하 대신 소상공인 지원책을 대안으로 제시하자 입점 업체 측이 부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앱 상생협의체 회의는 협상 시한 마감까지 두 번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회의를 통해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도출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상생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다만 현재 유력하게 떠오르는 상생안은 수수료 차등 방안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입점 업체는 수수료 인하가 어렵다면 매출에 따른 배달 수수료 차등 지급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차등 가격제는 매출액 기준에 따라 다섯 구간으로 나눠 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이다. 연매출액이 1억 원 미만이면 배달 수수료를 낮게 받고 매출액이 5억 원 이상이면 더 높게 받는 식이다. 이에 대해 쿠팡이츠도 해당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공정위 측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해 협의체에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체 의장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수료 차등 방안도 협의체 논의 사안에 다 들어가 있다”고 언급했다.
양측 간 합의안이 끝내 도출되지 못할 경우 입점 업체 측은 이중 가격제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프랜차이즈 사업장과 더불어 일반 식당에서도 이중 가격제 운영이 확산하고 있다. 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배달 앱 메뉴 가격을 매장 판매 가격보다 10~20% 더 올려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입점 업체 관계자는 “플랫폼이 배달 수수료를 높게 받으면 판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합의점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10월까지 상생 협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