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보유한 핵능력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 이란이 ‘억제력’ 확보를 위해 핵무기 생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들을 제기하면서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을 인용해 이란이 6개월 안에 핵탄두 10개를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이란 핵사찰을 수행하며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그는 이란이 서두를 경우 내년 4월께 핵탄두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앞서 1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로 쏜 탄도미사일이 핵무기 운반에 사용될 수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그는 “탑재체(payload) 자리에 다른 것을 놓고 비행을 견딜 수 있도록 무기 패키지를 다르게 설계하면 된다”며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은 이 같은 핵무기 제조 능력에도 불구하고 협상 카드와 위협용으로만 쓸 것을 관측했다. 핵무기를 실사용 하는 데에는 엄청난 위험 부담이 따라온다는 진단이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미국 대통령은 그러한 무기(핵무기)가 사용될 작은 가능성도 고려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8월 IAEA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60%로 농축한 우라늄 비축량이 165㎏ 수준으로 알려진다. 5월보다 20㎏ 많은 수준이다. 특히 핵무기에는 통상 90% 이상으로 농축된 우라늄이 쓰이는데 우라늄 농도가 60%에 도달하면 90%까지 농축하는 데 큰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르면 1~2주 안에 핵무기 제조에 가능한 농축도에 이를 수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실제 핵무기를 생산하는 데에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핵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만드는 데 몇 달 어쩌면 1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더라도 핵탄두 만들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하는 등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란이 핵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전자 발사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고, 대기권 재진입 시 핵탄두가 엄청난 열과 진동을 견딜 수 있도록 시험해야 하며, 최종 단계에서는 지하 폭발 시험도 거쳐야 한다.
미국 핵무기 개발의 산실인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장을 지낸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드는 데에 “몇 주일이 아니라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휴스턴 G. 우드 버지니아대 명예교수는 이란이 핵무기 사용에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더라도 무기 제조까지 이르려면 최대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이란이 핵무기를 터뜨리기 시작할 위험은 없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은 과거부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고 공언해온 상태다. 중동 유일의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또한 과거 시리아와 이라크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해당 국가 내 핵시설을 폭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