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북스&] 예측 어려운 '복잡계' 세상…하지만 "모든 시공간은 서로 연결"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이렇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어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진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고 그 원인을 알고 패턴을 파악하면 현실을 통제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실은 이 같은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하고 이 세계는 우연과 우발성 그리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늘 예측하고 대비하려고 애를 쓰지만 예측은 빗나가서 허둥지둥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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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우리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가정에 도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사회과학과 카오스 이론, 진화생물학, 철학, 지리학 등을 총망라한 다양한 학문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이 ‘복잡계’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원자폭탄을 왜 군수공장이 들어선 교토가 아닌 히로시마에 떨어뜨렸는지, 기상 예보를 연구하던 학자가 어떻게 카오스 이론을 탄생시켰는지, IMF의 경제전망은 지금까지 몇 차례나 정확하게 예측을 했는지, 제1차 세계대전은 예상이 가능한 일이었는지 등을 파헤친다.

이같은 의문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분석과 대답을 내놓는다. 미국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애초 타깃이었던 교토가 아닌 히로미사에 떨어진 것은 오래 전 그곳을 여행한 미군 장교의 애착 도시였기 때문이고, 기상예보를 연구하던 학자가 카오스 이론을 탄생 시키게 된 것은 정말 얼떨결이었다. 하위 집합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를 분석하던 중 카오스 이론을 탄생시킨 것. 사냥터에서 가까스로 죽음을 피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대공은 결국 암살당해 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됐고, IMF는 불황을 예측하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저자는 이같은 사례를 통해 우리가 믿어왔던 확실성이 결국 신기루나 환상에 가까웠음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는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게 우연이고 예측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가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물음에 오히려 “우리는 그 무엇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며 모든 존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과 행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같은 진리를 깨달을 때 비로소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탐험하고 확장시키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고 말이다. 1만85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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