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번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동결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잡히는지 보고 가야 해요.”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강경훈 교수의 생각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전문가들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경제신문의 6일 ‘금통위 서베이’를 보면 응답자의 62.9%(22명)가 이달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점쳤지만 개인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보느냐는 당위성에 대한 물음에는 57.1%(20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42.9%에 해당하는 15명은 11월에 금리를 내리는 것이 옳다고 본 셈이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 같다”면서도 “장기금리가 미국 금리 때문에 내려가 있고 기준금리를 내려봤자 시장금리에 영향도 못 미치면서 부동산 심리만 자극할 것 같다. 인하하는 방향이 맞지는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45.7%(16명)가 ‘가계대출과 집값 안정 여부를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응답했다. 한은이 이달 금리를 내리더라도 데이터만 봐서는 그 근거가 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 출신인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금리를 인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야 일시적으로 대출을 조여 안 늘지만 금리 인하와 엮이면 대출이 또 확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한은이 이달에 움직일 것이라고 본 이들은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31.8% △내수 침체 27.3% △물가 안정 18.2% △미 선제적 금리 인하 13.6%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 9.1% 등을 이유로 들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9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순증 규모는 전달(8조 2000억 원)에 비해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있고 이대로 두면 금융 부실 역시 늘어날 수 있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유주택자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8월에 내릴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미 늦은 것이라고 본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이제 인하에 나서야 할 타이밍”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역시 “가계부채가 전반적으로 안정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니 10월 인하 가능성이 좀 있다”며 “한 달 차이는 큰 문제 없다”고 봤다.
이를 고려하면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매파적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내수 부진에 미국이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했고 물가도 안정이 됐기 때문에 금리 인하 명분은 축적이 됐다”며 “매파적인 금리 인하가 되지 않을까 한다. 11월에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도 급하게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끌족에게는 간접적인 경고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번에 금리를 조정하면 안 된다고 밝힌 이들이 많은 것은 당국이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이 계속 걱정이 돼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나 한은이나 금리를 낮춰서 부동산 시장을 더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만약 10월에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11월에는 내릴 것으로 봤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 총재의 발언을 보면 가계부채와 주택값 상승을 걱정한다고 판단한다”며 “10월에는 동결할 것이며 11월에는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 역시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10월에 인하하나 11월에 인하하나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다만 금융시장에 향후 통화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신호 측면에서 미세하게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이번에 동결하고 11월에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인하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있다. 사후적으로 집값과 가계대출이 잡히는지 확인한 뒤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 부총재 출신인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판에 기준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며 “미국이 내리니까 우리도 내리겠다는 것은 너무 관성적이고 단순한 셈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