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에게 1심에서 징역 17년이 선고됐다. 사건 당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의 병원은 사고가 나기 전 해인 2022년 환자 378명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처방량은 2369개였다. 2023년 1~5월까지 프로포폴 처방량은 2023개로 이미 2022년 수준에 근접했다. 대검찰청의 ‘2023년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의료인 마약류 사범 수는 2019년 130명에서 2023년 313명으로 5년 만에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상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식약처에 있다. 반면 식약처는 현행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직무법)에 따라 식품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수사권한은 범위에서 제외돼 있다. 의료용 마약류에 대해 행정조사 이후 수사기관에 의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약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수사권이 부여된다면 식약처는 주무부처로서 통합된 자료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효율적 수사가 가능할 것임은 분명하다.
수사 비전문가인 식약처 공무원에게 인신구금 등 강제 수사 권한을 부여하게 되면 국민 재산권,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행정부서와 분리된 수사 전담부서로서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을 두고 특사경 제도를 통해 매년 300건을 초과하는 수사 실적을 보이는 등 특사경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해 보인다.
국회에서도 의료용마약류 관리 및 전문적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해 지난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됐다. 그러나 발의된 2개 개정안 모두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식약처에 대한 마약류 수사권 부여를 주요 골자로 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김주영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안으로 접수돼 논의가 곧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과 같은 비극은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해 늘어나는 의료용 마약류 사건의 엄정한 관리와 신속, 전문적 수사를 위한 식약처 수사권 부여는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