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남산 케이블카 운영을 특정 기업이 60년 넘게 독점하는 게 비정상 아닌가요.”
지난달 5일 남산 곤돌라의 첫 삽을 뜬 날, 후배가 황당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는 남산 예찬론자다. “결혼하면 남산 자락에 살겠다” 했을 땐 농담이겠거니 했다. ‘영끌’까지 해가며 장충동 인근에 집을 마련하는 걸 보곤 진심이구나 싶었다. 그런 후배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민들만 피해자”라는 냉소에선 행정을 겨냥한 불신이 짙게 묻어 났다.
전말은 이렇다. 남산 케이블카는 서울시 소유가 아니다. 시 산하 공공기관과도 관련이 없다. 남산 케이블카는 1962년부터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 태어나 환갑에 이를 동안 사업주가 그대로였다. 이유를 알면 맥이 빠진다. 사업권을 내줄 때 종료 시한을 정하지 않은 탓이다. 궤도운송법은 케이블카를 포함한 궤도 시설 운영에 필요한 허가‧승인 등의 절차를 규정하지만, 사업의 ‘유효기간’은 정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권을 스스로 반납할 아둔한 기업은 없다. 폐쇄적 생태계에서 힘의 무게추는 공급자 쪽으로 쏠린다. 거기에 2021년 8월 관광버스의 남산 진입이 통제됐다. 남산 정상부에 오르는 방법은 3가지로 줄었다. 걷기, 전기버스, 케이블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했던가. 어르신과 장애인, 아이를 동반한 부모에겐 선택지가 2개뿐이다. 결국, 주말에 케이블카를 타려면 1시간 이상 대기하는 일이 예사가 돼버렸다. 돈 내는 사람이 을, 돈 버는 사람은 갑이다.
독점과 자본주의는 조화가 어려울 뿐 아니라 서로 충돌한다. 그로 인한 불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다. 그렇기에 현대 문명은 경쟁법(Competition Law)을 통해 독점 기업의 고삐를 죄어왔다. 최근엔 구글이 반독점 소송에서 패한 사실이 화제였다. 구글이 스마트폰과 웹 브라우저에서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거액을 지출한 점이 문제가 됐다. 미 워싱턴 연방법원은 구글이 독점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례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소수가 지배하는 시장은 언제라도 야수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경쟁이 늘 달갑지는 않다. 그래도 우리는 누구나 경쟁해야 발전한다는 점은 안다. 특히 기업 간 경쟁은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을 증진한다. 독점 기업에 경쟁사가 등장하면 상품의 질을 높이거나 가격을 낮출 유인이 생긴다. 남산 곤돌라 운영사인 서울시설공단에도 나쁠 게 없다. 끊임없이 품질을 담금질할 필요성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혁신 경쟁이 벌어진다. 그 수혜는 오롯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