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사모펀드 본분에 맞춰 기업 구조조정의 숨은 조력자로 역할했다. 한미캐피탈·KT렌탈·코웨이 등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인수하고 정상화해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던 MBK파트너스가 이제는 재벌과 정면 승부에 나섰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 참여했고 올해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에 뛰어들었다.
시장은 술렁인다. 왜 MBK파트너스는 지금 재벌들과 맞설까.
첫째, 재벌가의 결속력이 약해졌다. 재벌 3~4세대로 넘어가며 가족 간 유대감이 희석됐다. 형제간 다툼, 사촌간 갈등이 표면화했다. MBK파트너스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둘째,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의 변화다. 투자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다. 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칼라일 등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상장해 자산운용사로 변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다른 길을 택했다. 동아시아의 풍부한 딜 기회를 활용해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고 MBK파트너스는 이에 부응하려 한다.
셋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자신감이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를 일군 그는 지난해 포브스 선정 한국 자산가 1위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김 회장이 더 큰 이상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의 해결사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과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잃을 게 더 많아 보인다. 이번 도전으로 국내 대기업 딜 수주가 요원해질 수 있고 평판 리스크에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출자를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렇다고 MBK파트너스의 이번 시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MBK파트너스의 행보는 재계와 자본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사모펀드 업계에서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주주 환원에 소홀한 그룹사를 노리는 전략이 주목받을 수 있다. MBK파트너스의 이번 시도가 실패할지라도 시장 참가자들의 뇌리에는 깊이 각인될 것이다.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작됐다. 1980년대 말 미국 산업계를 뒤흔들었던 ‘문 앞의 야만인들’이 이제는 한국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