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작가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한국 문학의 쾌거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다. 여성 작가의 수상으로는 통산 18번째이고 아시아인 여성으로서는 첫 수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 작가는 인간의 폭력성과 상처를 집요하게 천착해왔다.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는 폭력의 상징인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하는 극단적 삶을 선택한 여주인공을 그린 연작 소설이며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통받은 이들의 내면을 담은 작품이다.
과거 한국 작가의 노벨상 수상 기대가 번번이 좌절됐으나 이번에 깜짝 수상 소식으로 국민들의 한국 문학에 대한 자부심은 한껏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국내 대표 작가 반열에 들었던 한 작가는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뒤 국제 문학계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영화·음악·드라마 등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이번 수상은 한국 문화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과학기술·경제 분야에서의 수상자는 아직 한 명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본은 25명, 중국도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 분야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휩쓸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단백질 설계’에 기여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 ‘알파필드’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 데미스 허사비스와 연구원인 존 점퍼 박사가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AI 머신러닝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정부와 국회·기업 등이 기초과학 연구를 전폭 지원하는 풍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학연정(産學硏政)이 원팀이 돼 AI를 비롯한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의 쾌거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