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가 2818억엔(약 2조5600억원) 규모의 엔화 채권을 발행하기로 해 일본 주식에 대한 추가 투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버크셔는 전날 2818억엔 규모의 엔화 채권 발행 조건을 결정했다. 3년물부터 30년물까지 7종류의 채권을 오는 23일 발행할 예정이다. 3년물이 1554억 엔으로 가장 많고, 금리는 1.031%다. 이에 따라 올해 버크셔의 엔화 채권 총 발행액은 5451억엔(약 4조9600억원)을 기록, 지난 2019년 첫 발행 때의 4300억엔(약 3조9100억원)을 넘어 역대 최고를 경신하게 된다.
이번에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금액은 일본 주식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크셔는 올해 2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 포지션의 대부분을 사채로 조달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 대상이 일본 5대 상사 주식 이외의 종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회장은 미쓰비시·미쓰이·마루베니·이토추·스미토모 등 일본 5대 상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그동안 투자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버크셔는 이미 이들 종목을 약 9% 보유하고 있어 추가 매입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닛케이는 버크셔가 5대 상사주의 보유 비율을 최대 9.9%까지 한다는 방침이라 추가 매수 가능성은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목받는 것은 금융주다. 버핏이 선호하는 종목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부채가 낮거나 없는,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기업으로 일본의 대형은행이나 지방은행이 해당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와 캐피털의 무라마쓰 카즈유키 운용본부장은 안정적인 비즈니스와 현금흐름 창출 능력에 주목하며 “(버크셔가) 올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주식을 대량 매각한 대신 일본의 메가뱅크나 지방은행 등이 물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마린 스트래티지스의 카가와 무쓰 시니어 마켓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자 마진 확대로 인한 수익 증가가 예상되는 은행주나 손해보험주에 매수세가 유입되기 쉬울 것”이라고 봤다. 이 밖에도 종합상사처럼 시황에 영향을 받으면서 배당수익률이 비슷한 해운주가 선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올해 버크셔의 연간 채권 발행액은 이번 발행으로 5000억엔을 넘어서게 된다. 2022년과 2023년엔 발행 규모가 3000억 엔 이하였다. 라쿠텐증권경제연구소의 쿠보타 마사유키 수석 전략가는 “버크셔를 포함해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수 의욕이 높다는 기대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버핏이 2023년 봄 일본을 방문, 5대 상사 주식 투자 확대를 밝힌 것이 일본 주식 매수세의 계기가 된 만큼 이번 채권 발행과 투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사 이외의 종목에서 버크셔의 대량 보유 보고서가 나온다면 투자 대상 종목이 많아진 것으로 받아들여져 일본 주식 전체의 매수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