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최근 들어 상승세가 한풀 꺾인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금리가 아닌 ‘대출 규제’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결국 대출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진 것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부동산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이번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한 데 이어 금융권도 주택담보대출 등의 문턱을 이미 높인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주택 등 부동산 자산 매입 시 자금 조달 이자 부담이 일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됐고 대출 규제도 시행되고 있어 이번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 랩장은 이어 “금융권의 대출 규제로 올 8월부터 주택 거래량은 물론 매매가 상승 움직임도 이미 둔화하고 있는데 이 같은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지금은 금리보다도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자가 필요한 만큼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수요자가 원하는 만큼의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수요자들이 매수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도 가능한 만큼 현재의 금리 인하 정책으로 인해 시장이 갑자기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인하된 금리 수준이 수요를 자극할 정도로 낮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등이 강화된 상황에서 주택 수요자들이 기준금리 인하 하나만을 보고 매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려면 투자 수요가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의 금리 수준으로는 수요를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가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낮아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단행으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가 하락하는 등 시장에 금리 인하가 선반영돼 이번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금융권이 대출 상품들의 금리를 조정해 차주의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정부는 물론 금융권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나올지 의문”이라며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금리 인하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집값 반등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가 지역 간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금리 인하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완만한 우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이 같은 우상향이 일부 핵심 지역에서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하와 별개로 대출 규제와 취득세 중과 등이 여전한 만큼 수요가 일부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서울과 지방, 또 서울 지역 간 양극화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로 수요가 핵심 지역에 몰리면서 이들 지역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시작된 만큼 수익형 부동산이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위원은 “고금리 시기에는 투자 수익률이 3%대까지 떨어진 수익형 부동산이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예금 금리가 내려가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말했고 함 랩장도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금융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수준이 3.5% 이하로 낮아진다면 수익형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들 모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유통 트렌드 변화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함 랩장은 “온라인 쇼핑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는 데다 경기 회복도 저조하기 때문에 유동인구와 MZ세대 유입이 많은 서울 일부 상권 위주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도 “금리가 더 떨어질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섣불리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