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A 씨는 한국국적 부인 B씨와 이혼했는데 B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친권은 A 씨에게 있었기 때문에 B 씨에게 아이들을 ‘반환’해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하지만 요구는 묵살됐고 결국 지역 집행관이 B 씨의 집에 가 아동반환 집행을 하려고 했지만 B 씨의 강력한 반대에 집행관은 “집행이 어려울 것 같다”며 집행을 포기했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법무부는 ‘국제 아동 탈취’의 강제집행과 관련해 민사집행법 등 상위법 재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구체적인 집행 매뉴얼이 없는 탓에 아동 반환이 지지부진하고 집행이 제각각 이뤄져 혼란이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에서는 법원의 반환 명령에도 집행이 안 되는 사례가 많았다. ‘자녀가 거부할 때는 데려갈 수 없다’는 대법원 예규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국무부가 한국을 3년 연속으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미이행 국가로 지정했고 대법원은 올 4월부터 해당 조항을 삭제한 예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위법 개정 없이 예규만 고치다 보니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현장은 더 혼란스럽다. 아동 반환 현장에 여러 번 동행한 송미강 지인정신분석상담연구소장은 “현장에서는 바뀐 예규보다는 집행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며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집행관과 아동 반환을 위해 갔는데 집행관이 아이들을 걱정하며 집행 자체를 하지 않고 돌아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무부에 따르면 대법원 예규 시행 이후 강제집행에 성공한 사례는 3건에 그쳤다.
집행이 늦어지는 동안 친권자가 없는 친부나 친모가 친권자에게 아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친권자를 비난하게 하는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하기도 한다. 최근 아동을 반환한 C 씨(한국 거주)는 미국 친권자 D 씨의 방문을 우려해 아이들을 방과 후에는 아예 외출을 하지 못하게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설 예규하에서 집행 사례의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하는 한편 현장 집행관을 대상으로 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며 “예규가 아닌 민사집행법 및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 등 상위법 재개정 필요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곽민희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아동 탈취 협약에 관한 이행 법률에 국내·국제 사건의 특성을 고려한 집행 규정도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