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5일 광복 60돌을 맞아 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이후 처음 화상으로 상봉했다. 당시 98세의 김매녀 할머니는 피란길에 두고 온 두 딸을 60년 만에 다시 만났다. 1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할머니는 화면 속 딸들의 간곡한 목소리에 눈을 뜨기는 했지만 끝내 목소리를 들려주지는 못했다. 남쪽의 40가족이 화상을 통해 상봉한 곳은 경의선 남쪽 최북단의 도라산역이었다.
경의선은 서울역을 기점으로 개성~사리원~평양~신의주의 우리나라 관서지방을 관통하는 499㎞의 철도다. 1904년 러일전쟁 발발 보름 뒤인 2월 21일 일본이 대륙 침략을 위해 군사용으로 본격적으로 착공해 1906년에 전 구간을 개통했다. 일본에 앞서 경의선의 부설권은 프랑스가 1896년에 확보했다. 그러나 프랑스 측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경의선 부설권은 대한철도회사와 대한제국 정부에 넘겨졌다가 일본에 의해 강탈됐다. 이후 경의선은 일본의 중국 대륙 침탈의 주요 통로로 활용됐고 만주의 단둥(丹東), 창춘(長春)으로 연결돼 주 3회 직통열차가 운행되는 국제철도로 자리 잡았다. 경의선은 해방 직후 남북 분단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으로 운행됐으나 분단이 고착화하면서 국토 분단의 상징이 됐다. 김대중·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경의선 문산~개성, 동해선 제진~금강산 구간이 복원되기도 했다.
북한은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해 남북 육로를 완전히 끊었다.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북한은 남북을 연결하는 철로 제거 등에 매달렸다. 올해 7월에는 경의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했다. 앞서 5월에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다. 북한이 올해 7월께 한국 드라마를 본 중학생 30여 명에게 무기징역과 사형을 선고했다는 참담한 소식도 들린다. 북한은 핵폭탄을 만들고 ‘두 국가’를 기도하며 육로를 끊고 ‘처형’으로 협박하고 있지만 끓어오르는 민심과 이산가족의 통일 염원을 억누르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