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내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인구 비율은 2035년에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기준으로 고령인구 중 23.1%가 노쇠, 32.7%가 전(前) 노쇠 상태로 근력, 지구력, 균형 감각이 저하돼 고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인구의 84%가 고혈압·당뇨 등 한 개 이상의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37조 6000억 원의 진료비가 소요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고령층의 증가와 관련해 질병 해결을 넘어 ‘건강한 노화 10년’ 프로젝트를 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현영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노화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국가 차원의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노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기업에서 기초연구와 질환 중심의 노화나 역노화 연구가 늘고 있으나 아직 노쇠 예방과 사회적 연구가 제한적이라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원장은 심장내과 전문의로 연세대 의대 심혈관연구소 교수 등을 역임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20여 년간 신체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일반인과 질환자들의 생활 습관 등을 추적 조사한 임상 정보를 갖고 있다. 박 원장은 “이 자원들을 활용해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와 단백체 변화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노화 과정에서 유전자·분자·세포 등의 손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측정해 실제 신체 나이 등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연구원은 장기에 걸쳐 구축한 노화·노쇠 관련 코호트 데이터 및 인체 유래물 자원을 확보해 한국인 특유의 노화 패턴과 기전, 유전적 요인에 관한 심층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미세먼지 노출, 마이크로바이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생산해 노화 예측과 억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치매와 같은 질병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노쇠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화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박 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국립노화연구소를 설립해 노인 건강관리와 노인성 질환 예방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며 “대학과 출연연 등에서 체계적인 노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노인 삶의 질 개선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보건원은 국립노화연구소 설립 추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데 이어 노화 연구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박 원장은 “세계적으로 생물학적인 노화를 지연시키는 다양한 연구개발(R&D)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노화 지연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건강한 노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