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병원에서는 위고비 1펜당 55만 원에 판매할 예정이에요. 다른 병원보다 싼 편이라 지금 예약자가 너무 많은데 일단 1펜이라도 확보하시는 게 어떠세요?”
16일 강남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기적의 비만약’으로 알려진 위고비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서둘러 예약하라고 제안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위고비 소비자 가격은 병원마다 최대 64만 원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천차만별이고 일부 병원에서는 기존 다이어트 상품에 위고비를 끼워파는 꼼수까지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서울 시내 병·의원 40곳에 위고비 처방을 문의한 결과 벌써부터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명동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사전 예약만으로 물량이 다 마감됐다”며 “지금 예약해도 내년 초에야 처방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병원들도 10월 말~11월 초중순쯤 입고를 예상했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도 신청한 물량을 언제 공급받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깜깜이’ 상황이라 예약 대기 기간 등을 안내하기를 꺼렸다.
위고비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는 신규 거래 병원의 경우 구매 물량을 용량당 2펜으로 제한했다. 위고비는 총 0.25~2.4㎎까지 5단계 용량으로 구분되는 만큼 의료기관 한 곳이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은 6개다. 위고비에 대한 높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고비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병원 재량대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고비 국내 공급가는 1펜(4주분) 기준 37만 2025원인데 환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제약사의 출고가에 유통사 마진·세금·진료비까지 합쳐진 금액이다. 출시 전부터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이유다.
본지 취재 결과 1펜당 최저 45만 원부터 최고 108만 9000원으로 최대 64만 원 차이가 났다. 대부분 70~80만원 대에 책정됐지만 빨리 맞을 수 있을 경우 대체로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환자가 고가의 위고비 주사를 잘못 투여할 가능성을 고려해서인지 직접 내원해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곳도 있었다. 위고비는 배나 허벅지 등에 본인 스스로 투여가 가능한 주사제다.
출시 전부터 제기된 각종 우려들도 현장에서 현실화됐다. 출시 첫날인 15일에는 0.25㎎, 0.5㎎, 1.0m㎎, 저용량 3가지만 출시됐다. 공급 가격은 용량에 관계 없이 모두 같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용량별로 가격이 다르게 책정됐다. 강남의 한 내과는 1단계는 45만원, 2단계는 50만원, 3단계는 55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품귀 현상을 노려 ‘끼워팔기’ 꼼수를 부리는 병원도 있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100~200만 원에 달하는 병원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등록해야만 위고비를 구입할 수 있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위고비가 포함돼있어 환자 입장에서는 위고비를 맞으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하는 셈이다.
비만 치료용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도 특별한 제한 없이 처방받을 수 있었다. 위고비의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비만 환자’다. 하지만 대다수 병원에서는 BMI 정상 범위에 있어도 처방이 가능했다. 당초 극단적인 체중감량에 위고비가 오남용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강남의 한 가정의학과 관계자는 “현재 삭센다도 정상 체중이어도 맞을 수 있지 않냐”며 “기존 삭센다 고객들 중 위고비로 갈아타려는 고객들도 많다”고 전했다. 매일 투여해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위고비의 투약 편의성 때문에 위고비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일부 병원 관계자는 위고비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신사동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위고비의 체중감량 효과가 좋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고용량부터 찾는 고객들이 많아 오히려 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체중 감량의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