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의료기기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가전·정보기기 시장이 수요 둔화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능을 의료기기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005930)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소니오 등 주요 의료기기 계열사들은 최근 삼성메디슨 강동 사옥에서 ‘삼성 메디컬 AI 서밋’을 개최했다.
유규태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를 비롯해 삼성메디슨이 7월 영입한 필립스 출신 비제이 샴다사니 상무, 소니오의 창립 멤버인 레미 베송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삼성 의료기기 사업의 주요 임직원이 참석했다. 삼성그룹의 연구소인 삼성리서치, 삼성과 의료기기 관련 협력을 맺고 있는 인텔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외부에는 비공개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삼성그룹의 의료기기 AI 기술 비전과 로드맵을 공유하기 위해 개최됐다. 계열사별로 나눠진 의료기기 기술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의도다.
삼성 의료기기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협업 확대도 이뤄졌다. 삼성메디슨은 최근 태국 최대 민간 헬스케어 그룹인 방콕두짓메디컬서비스(BDMS)와 전략적 협업 관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BDMS는 태국 전역과 캄보디아에 걸쳐 59개 사립병원과 8727병상을 보유한 전 세계 시가총액 기준 상위 5대 헬스케어 기업이다. 삼성메디슨은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와 모바일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활용해 BDMS의 산부인과와 중환자실·수술실 등 다양한 진료 환경에 맞는 설루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두바이공공의료원(DAHC)을 사옥으로 초청해 협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은 올해 들어 프랑스 의료기기 AI 기업 소니오 인수를 시작으로 수장 교체와 인재 영입 등 의료기기 사업 ‘새 판 짜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시절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혔지만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의료기기 산업에서 AI 도입을 기점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도 지난달 사내 행사에서 DX부문 성장 키워드 4개 중 하나로 메드테크(의료기기와 기술 결합)를 제시했다.
LG전자(066570)도 수요가 정체된 정보기술(IT) 사업에서 의료용 모니터를 신사업으로 내세우며 의료기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임상용·진단용·수술용 등 총 14종의 의료용 모니터와 6종의 디지털 X레이 검출기(DXD) 라인업을 기반으로 5년 내 글로벌 ‘톱3’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북미와 유럽에서는 X레이·내시경 검사 시 의료용 모니터를 사용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어 향후 꾸준한 수요 창출이 기대된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AI 의료 시장 규모는 2021년 110억 달러에서 2030년 1880억 달러(약 26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