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나란히 ‘적진’으로 파고들었다.
해리스는 대표적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와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고 트럼프는 여성·히스패닉 유권자들을 만났다. 초박빙 구도에서 상대의 지지 기반을 흔들며 한 표라도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리스는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거리를 두며 “나는 다른 세대의 리더십이며 주택과 중소기업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는 진행자 브렛 베이어와 TV 토론을 하듯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베이어가 불법 이민자의 범죄로 자식을 잃은 여성의 의회 증언 영상을 보여주며 해리스에게는 이 문제를 풀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꼬집자 해리스는 “트럼프의 방해로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포괄적 국경안보법안이 좌초됐다”며 반박했다. 또 “내가 대통령이 되면 공화당과 재계의 의견까지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리스의 이 같은 행보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 보수층과 공화당 내 일부 반(反)트럼프 층의 표를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반면 트럼프는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 ‘포크너 포커스’ 타운홀 미팅에서 “나는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의 아버지”라며 “IVF를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전날 조지아주 커밍에서 열린 행사에서 내놓은 발언으로 진행자와 청중이 모두 여성이었다. 낙태권 등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 이번 대선에서 쟁점으로 부상하자 IVF에 부정적인 보수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좌클릭’ 행보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이 주관하는 타운홀 미팅에도 참석했다. 행사에는 트럼프의 대척점에 있다고 평가되는 히스패닉 여성 유권자 100명이 자리했다. 트럼프는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사람들(이민자)이 들어와야 하지만 합법적으로 입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취임 직후 남부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한 것에 비해서는 다소 누그러진 발언이다. 히스패닉 유권자 중 부동층을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최근 NYT와 시에나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4분의 1가량이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한편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트럼프 측이 집권 시 기용하지 말아야 할 인사들을 추리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의 장남이자 정권인수팀 명예회장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명단을 꾸리고 있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 극우 공약을 담아 비판을 받은 ‘프로젝트 2025’ 입안에 참여한 사람들과 1월 6일 의회 폭동 때 트럼프에게 실망해 사임한 인사들, 트럼프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