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尹·韓 21일 회동…당정 원팀이냐 분열이냐 '갈림길'

■80여일만에 대통령실서 차담

'김 여사 리스크' 의제에 긴장감

활동 중단·인적쇄신 수용 관건

대통령실 난색…'빈손회동' 우려

韓, 회동후 플랜 B·C 대응 강구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면담을 하루 앞둔 20일 여권은 결과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한 대표는 위기에 직면한 당정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김건희 여사 문제의 3대 해법을 건의할 계획이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논란 끝에 성사된 만남이 ‘맹탕’으로 그치면 거대 야당이 밀어붙이는 ‘특검법’ 정국에서 아슬아슬한 여당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대표는 21일 오후 4시 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친한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서 한 대표의 건의 사항을 대통령실이 어느 정도 응답하느냐에 따라 당도 세밀하게 대응책을 구상하고 있다”며 “플랜B는 물론 플랜C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개별 면담은 7월 30일 이후 80여 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면담에서 특별한 안건을 다루기보다 한 대표 의견을 주로 듣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한 대표가 제기한 요구 사항에 대해 대통령실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것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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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관련 절차 협조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아울러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출범, 의료 개혁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당정 수장 간 만남의 핵심 의제인 ‘김 여사 리스크’ 를 두고 한 대표와 뚜렷한 입장 차를 보였다. 대통령실은 친한계가 제기한 이른바 ‘김여사 라인 7인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한 데 이어 김 여사 관련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용이 어렵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눈앞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고자 실체 없는 의혹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면담을 수용했다고 ‘한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결단이 있었다’고 예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무리한 요구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권 내 친윤계와 원로들은 한 대표를 향해 “긁어 부스럼으로 위기를 자초하지 말라”며 견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한 대표를 겨냥해 “집권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언론을 통해서 대통령 인사권까지 거론하면서 할 얘기 다 해놓고 만나서 무슨 할 얘기가 더 남았는지 모르겠다”면서 “대통령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빈손 회동은 한 대표뿐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다음 달 10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지지율이 최저치를 보이는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회담을 성과 없이 끝내면 ‘독선·일방적’ 이미지가 강화돼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 특히 당정 갈등이 재차 노출될 경우 세 번째로 발의된 김 여사 특검법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여권의 ‘약한 고리’만 부각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면담 이후 국민이 우려하는 당정의 모습이 아닌 다시 하나 되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내일 면담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이기려고 하면 지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공멸의 길”이라며 “대통령과 대표의 신뢰 파탄이 우파의 위기로 이어지는 지금, 신뢰가 다시 회복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진석 기자·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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