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기금 운용을 맡기고 그 대가로 위탁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5년간 2000억 원 줄이기로 했다. 일부 위탁 투자는 공단 직접 투자보다 성과가 저조한 데다 기금 고갈을 조금이나마 늦추기 위해서는 공단의 자체적인 투자 운용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향후 5년간 해외 주식 등 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총 2000억 원 절감할 예정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4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이 지급한 위탁 수수료 2조 4844억 원 대비 1.6%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위탁 수수료 총액은 △2020년 1조 3749억 원 △2021년 2조 3424억 원 △2022년 2조 7293억 원 등으로 증가 추세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안이 직접 운용”이라며 “해외 주식의 경우 최근 3년간 직접 운용이 위탁 운용의 수익률을 벤치마크 대비 꾸준히 상회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했지만 해외 주식 등 일부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직접 투자했을 때보다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수익률은 위탁 투자가 직접 투자보다 저조했다.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한 수익률은 2023년 25.85%, 올해 20.71%(7월 기준)였지만 위탁한 해외 주식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22.45%, 18.74%로 되레 낮았다. 위탁 수수료가 추가 비용으로 나가는데도 성과는 변변치 못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우선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해외 주식을 위주로 위탁 수수료를 줄일 방침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체투자 등 다른 위탁 운용사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체투자는 위탁 수수료가 전체 위탁 수수료의 72.3% 수준으로 큰 데다가 국민연금이 대체투자의 직접 운용 분야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국민연금은 위탁 운용사 지분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GP 지분 인수(GP stake) 전담 인력을 구성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세컨더리 투자와 프라이빗 데트(debt) 투자 등 대체투자 운용을 늘릴 방침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민연금은 직접 운용을 늘리는 만큼 내부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지속하고 있다. 기금운용직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 결과는 내년 상반기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