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정년연장 강제 땐 인건비 가중…기업에 계속고용 선택권 줘야"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중기 고령층 20%로 대기업의 2배

"정년 무의미…법으로 정해선 안돼

기업 규모·경영 상황 등 고려해야"

인력 활용 늘리되 직업 훈련 강화

현장 충격 줄일 사회적 합의 우선

이재광(앞줄 왼쪽 네 번째) 노동인력위원장 등이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제2차 노동인력위원회 회의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중기중앙회이재광(앞줄 왼쪽 네 번째) 노동인력위원장 등이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제2차 노동인력위원회 회의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중기중앙회




“기업 입장에서는 계속고용하고 싶은 인력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력도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법으로 정년 연장을 강제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A 위원)



업종을 대표해 노동인력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중앙회 이사장들은 2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제2차 노동인력위 회의에서 일률적인 법적 정년 연장을 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서로 다른 경영 사정에 맞게 정년제 등 계속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일손이 부족해 60세 이상의 고령층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의 경우 정년 연장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시장 고령화와 계속고용 실태’ 주제발표를 맡은 안준기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 고용률 변화는 50대와 60대 이상이 주도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중소기업 현장 충격을 완화하는 계속고용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웠다.




그의 말처럼 실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연령대별 경제활동 참여자 분포를 살펴보면 60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2000년 9.3%에서 2022년 20.9%로 상승했다. 특히 고령화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올해 9월 고용보험 가입자 기준 기업 규모별 60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50~299인 사업장은 20.4%, 50인 미만 기업은 19.1%, 300인 이상 사업장은 10.9%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고령층 비중이 대기업의 2배 정도 되는 셈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고용보험 가입 비중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는 비중은 더 높을 수 있다는 게 안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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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령층의 경우 경제적 사정 등의 이유로 노동시장에 더 오래 잔류하고자 하는 성향이 크다”며 “고령층에 특화된 직업훈련 과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구축하고 고령 근로자의 신체적·인지적 능력을 고려한 직무 배치도 필요하다”며 “계속고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도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층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 위원은 “현재의 임금체계를 손보지 않고 정년 연장을 강제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말 것”이라며 “단순 노무직의 경우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이 낮다는 점, 고령 근로자의 건강 문제가 기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은 대·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가 극심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 논의를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에 내려가 보면 중소기업의 경우 일할 사람이 없어 60대 이상 근로자가 수두룩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고령층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논의되고 있는 정년 연장 담론은 잘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12월 5인 이상 표본 사업장 3000곳을 대상으로 정년제 등 계속고용 제도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5~9명과 10~49명 규모의 사업장은 각각 정년제 도입 사업장 비율이 17.6%과 45.1%에 그쳤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정년제 도입 사업장 비중이 86.7%나 됐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실상 정년제가 폐지된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다.

노동인력위는 중소기업의 노동 현안을 점검하고 공동 대응하기 위해 중기중앙회를 주축으로 구성한 협의체다. 이날 회의에는 중소기업 업종별 대표자, 변호사 등 전문가 10여 명이 위원으로 참석했다. 위원들은 정년 연장 외에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 동향을 살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 △일·가정 양립 △외국 인력 정책 등 노동 현안 쟁점 사안들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노동인력위는 논의된 내용을 경사노위 등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재광 노동인력위원장은 “중소기업 영역에서 근로자가 더욱 오래 노동시장에 머무르게 하려면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고령 인력 활용에 대한 기업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유도해줄 필요가 있다”며 “부담은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계속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80%는 최저임금에도 부담을 느끼는 게 현실”이라며 “중소기업의 인력 운용을 힘겹게 하는 임금체계 개편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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