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ARM에서 벗어나 기초부터 새로 설계한 모바일AP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공개했다. 전 세대인 스냅드래곤8 3세대보다 성능이 대폭 개선돼 애플 아이폰16 프로에 쓰인 A18 프로 칩셋을 넘어선다고 한다. 아이폰과 칩셋 성능 격차에 시달리던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큰 호재다.
21일(현지 시간) 퀄컴은 미 하와이에서 개최된 ‘스냅드래곤 서밋’에서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공개했다. 스냅드래곤8 엘리트는 ARM 기반 설계자산(IP)에서 벗어나 2021년 인수한 누비아 기술로 만든 ‘오라이온’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점이 특징이다.
퀄컴은 앞서 올 6월 오라이온을 적용한 노트북용 칩셋 ‘스냅드래곤X 엘리트’를 선보인 바 있다. 모바일AP인 스냅드래곤8 엘리트에는 6월 선보인 1세대 오라이온을 한 층 개선한 2세대가 쓰였다. CPU는 총 8개 코어로 고성능(프라임) 2개, 성능(퍼포먼스) 6개, 효율 2개로 이뤄져 전작 인 스냅드래곤8 3세대보다 고성능 코어가 1개 늘었다.
새 설계를 바탕으로 성능이 대폭 개선된 점이 인상적이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전 세대 대비 CPU는 45%, 그래픽처리장치(GPU)는 40%, 신경망처리장치(NPU)는 45% 빨라졌다고 밝혔다. 시네벤치 6.2와 6.3 버전에서 싱글코어는 3200점 이상, 멀티코어는 10400점 이상을 기록한 성능평가(벤치마크)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폰15 프로에 쓰인 애플 A17 프로 칩셋보다 각각 11%, 44% 높은 수치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 엘리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모바일 CPU”라고 강조했다.
모바일AP는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며 성능을 뽑아내야하는 만큼 ‘전성비’가 중요하다. 스냅드래곤8 엘리트는 전성비 면에서도 성과를 냈다. 총 전력 소모량은 27% 줄였고, 온디바이스(엣지) 인공지능(AI)이 대세화하며 화두로 떠오른 AI 전성비는 45% 개선했다고 한다.
새 설계와 함께 도입한 신 공정도 성능·전력 소모 개선에 힘을 보탰다. 전작인 스냅드래곤8 3세대가 TSMC 4나노(N4P) 공정에서 제조된 반면 이번 스냅드래곤8 엘리트는 TSMC 2세대 3나노(N3E)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애플 A18과 같은 공정이다.
퀄컴 칩셋의 성능 향상은 안드로이드 진영에게 기회요소다. 안드로이드 진영 맹주이자 퀄컴 핵심 파트너인 삼성전자 또한 갤럭시S25 시리즈에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탑재한다. 일각에서는 갤럭시S25 시리즈에 자체 설계·제작한 엑시노스2500 대신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전량 탑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갤럭시S25 시리즈는 모바일AP 성능면에서 애플이 지난달 공개한 아이폰16 시리즈를 앞설 수 있을 전망이다. 수년간 AP 성능 격차에 허덕이던 삼성전자가 애플을 역전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