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치 수렁'에 빠져 검찰 이탈 가속…중견검사 10명 중 8명 옷벗어

올 10년차 이상 퇴직률 10%P 급증

"검사장 되기 전 나와야" 푸념까지

미제사건 증가 등 과로에 시달려

정치적 공격 탓 사기 저하도 영향

대검찰청.대검찰청.






김건희 여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대한 정치권 수사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며 ‘정치 수렁’에 빠진 검찰에서 10년 차 이상 중견 검사들 이탈에 가속도가 붙었다. 장기 미제 등 누적된 사건 처리로 과로가 일상화된 가운데 정치적 논란까지 더해져 이제는 ‘검사장이 되기 전에 나와야 한다’는 푸념까지 퍼지는 등 검찰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검찰 부부장급 이상인 10년 차 이상 검사 83명이 퇴직했다. 퇴직률은 83%로 수사 노하우가 풍부한 10년 차 중견 검사가 전체 퇴직자의 80%가 넘어선 것은 근래 들어 처음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차 이상 검사 퇴직 비율은 전체 대비 73%다. 올해 전체 집계가 아직 안 나왔지만 지난 4년 평균 대비 올해가 10%포인트 더 많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검찰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며 주요 보직의 부장검사들은 언제라도 검찰을 나갈 생각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검찰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도 “과거보다 로펌에 입사하려는 검사들이 많은 것 같은데 경기 불황 등으로 로펌 분위기도 안 좋으니 움직일 수 있는 여건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일부 정치적 사건을 수사하며 정치권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도 ‘검찰 이탈’의 한 이유다. 검경 수사권조정뿐 아니라 최근 야권에서는 검찰청 해체 입법이 현실화되고 있다. 당장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검찰 간부들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검찰이 문닫을 때가 온 것 같다” “검찰이 사라져도 할 말 없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정치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으로 검사들의 파견 지원 업무도 많아지니 가뜩이나 일이 쌓인 수사팀은 그야 말로 ‘첩첩산중’ 처지다. 김 여사의 ‘디올백’ 사건에 파견 나간 중앙지검 검사 3명도 원래 부서로 돌아가 밀린 업무 처리를 시작했다.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창원지검도 최근 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 2명이 투입됐고 추가 파견도 검토되고 있다.

과거 정치 관련 수사팀에 파견을 간 한 검사는 “업무가 늘어난 것뿐 아니라 수사 절차도 복잡해져 체감 업무량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정치 관련 수사팀에 파견을 가면 기존 부서 업무와 파견 업무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사건으로 비판을 받는 일도 다반사여서 검찰 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박호현 기자·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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