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비해 특별 외교 조직인 ‘팀 캐나다’를 선제적으로 설립했다. 팀 캐나다는 주미 캐나다 대사와 산업부·국제무역부 장관을 주축으로 각 지방자치단체 정부, 기업, 노조, 민간 단체 등 자국 내 대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구성됐다. 이 팀은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도 종합적이고 통일된 전략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과의 관계 형성, 자유무역 옹호 논리 개발, 선거 결과별 대응 시나리오 수립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전체 수출과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7.4%, 49.5%에 이른다. 트럼프가 재집권해 외국산 제품에 대해 10% 일괄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AC) 재협상에 나설 경우 캐나다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해 USMAC로 대체하고 캐나다산 철강에 대해 신규 수입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또 트럼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인센티브를 폐지하거나 줄인다면 캐나다가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 중인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된다.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보다 강도는 약하더라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해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미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무역 다변화와 공급망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트뤼도 총리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 10일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두 달 연속 참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캐나다는 내년 말까지 아세안과 무역협정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 태평양 동맹, 메르코수르, 중국 등과도 무역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올 4월 한국에 ‘팀 캐나다 무역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일본·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와 경제 협력을 늘리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거세질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비해 통상·안보 등 분야별로 대응 시나리오를 촘촘히 가다듬고 외교적 총력전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