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1900년 10월 25일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제정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 민간단체 독도수호대가 제정했다. 독도의날의 의미와 역사를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는 의미 있는 이날. 순천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역시 우리 시장님”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이들이 직시한 ‘우리 시장님’은 대한민국 생태수도의 리더 노관규 순천시장을 지칭한다. 왜 갑작스럽게 공무원들 사이에서 노관규 순천시장에게 ‘우리’라는 단어가 과할 정도로 가미 됐을까.
시간은 지난 23일로 거슬로 올라간다. 이날 순천시의회 제282회 임시회에서 노관규 순천시장과 이영란 순천시의원 사이에 발생한 설전과 관련해 공무원 입장에서는 “통쾌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영란 시의원이 공무원들 사이 어떤 이미지로 비춰졌는지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이날 이영란 시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지방의원으로서 자질과 품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고, 무엇보다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 지방의회 무용론을 또 다시 불지폈다는 지적이다. 물론 노관규 시장의 경우도 대응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일하는 공직풍토를 조성하기로 유명한 노관규 시장에 대한 이미지는 ‘강하다’가 떠올랐지만, 정치적인 논란도 감수하고 강력 대응을 한 모습에 또 다른 면을 보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호사가들은 “정치적으로 노련한 노관규 시장이 이번 설전에 대해 논란이 불거질 것이 뻔한데 노림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며 “일단은 이 노림수는 어느 정도 통한 것 같다. 시장과 순천시청 직원들과의 믿음이 더욱 견고해 지며 정치적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순천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성토를 하고 있는 이영란 시의원의 시정에 관한 질문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시정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집행부에 대한 견제, 이에 따른 대안 마련을 하기도 아까운 시간에 △2024년 오천그린광장안전관리 기간제 채용에 관해(국장 대면) △2024년 순천만국가정원 프리오픈 개막식 관련(시장 대면) 예산 및 지출 현황 △2019~2024 순천시 기후대응 도시숲 조성관련(시장 대면) 등을 제시한다.
이에 노관규 시장은 “질문이 없고 내용만 담고 있어 답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의 답변 거부는 이유가 있었다.
시정질문 요지서를 봐도 유독 이영란 의원은 질의서가 아닌 각종 자료 현황 등 만을 기재해 정식 질문요지 보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문제가 된 시정에 관한 질문은 규정에도 맞지 않은 의도적인 정치적 행위로 비춰졌다. 이는 순천시의회 기본조례 제52조(시정에 관한 질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시정질문자로 나선 최미희·신정란·이세은 시의원 등은 대면과 서면방식으로 세부적인 질문요지를 통해 답변 등을 회신을 받은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일각에서는 본회의장에서 공개적인 자리였던 만큼 노 시장이 ‘참아야 했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그가 이처럼 강하게 대응한 이유는 정당한 비판은 받겠지만 정치적인 꼼수를 부린 행위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관규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도 이를 방증한다. “악용당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한번은 짚어주고 싶었다. 일 열심히 한 공무원들에게 자기의견과 다르다고 모멸감 주는 말 함부로 하는게 다반사고 스스로 만든 시 조례를 개무시할 정도로 정치를 잘못 배운 것에 대해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맘껏 포만감을 느끼시길 바란다….”
“국회의원이 주민 대표인 지방의원을 마치 자신의 아랫사람이나 부하처럼 여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 대표인 지방의원 조차도 공공연하게 국회의원 눈치를 보는 것이 바로 작금의 우리 정치 현실이 아니겠습니까.”
지난해 5월 국민의힘 소속 허용복 경남도의원이 제404회 경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에서 던진 발언이 회자가 되고 있다.
그는 당시 풀뿌리 지방자치 정착을 위한 공천혁명을 주장하며 “누구나 말하고 싶었지만, 결코 아무도 말할 수 없었던 지방의원과 국회의원 간의 잘못된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계 입문 36년 경력의 허용복 도의원이 왜 ‘폭탄 발언’을 하게 됐는지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국회의원이 지방의원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구조는 국내 어느 지역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현실이다.
공천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야 한다. 밉보이면 공천을 기대조차 하지 못한다. 지방의원으로서 자질이 떨어지고 역량이 부족한 이들이 의회를 장악하게 만드는 ‘지방의회 무용론’ 비판에 한 몫하고 있는 공천시스템이 부른 안타까운 현실이다.
민주당 소속 이영란 순천시의원. 그도 정치적 생명을 길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한 행위는 집행부 견제도 못했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갑질 정치인라는 비판의 목소리, 노관규 시장의 이미지만 제고 시킨 일등공신(?)이 되고 말았다.
앞서 언급했던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여전히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일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매국적 친일행위’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남권 국립의대(전남 의대) 설립 방식을 놓고 동(순천)·서(목포)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공모선동을 하다 여론에 뭇매를 맞자 공동으로 돌아서는 등 순천을 기반으로 한 ‘오락가락’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 높아진 시민의식. 다가오는 지방선거. 회초리는 이미 준비돼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