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서 미 해병대 소속으로 활약했던 호국영웅마 '레클리스(Reckless, 1948~1968)'의 동상이 제주에 세워졌다.
제주도는 '한국전쟁 영웅 레클리스 기념동상 제막식'을 26일 오후 5시 제주시 애월읍 렛츠런파크제주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한국마사회는 이날 개막한 제주마축제와 연계해 레클리스의 용맹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한미동맹 71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동상 제막식을 진행했다.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난 레클리스는 어미가 제주마 혈통이다. 경주마의 새끼로 태어난 암말 ‘아침해’는 한국전쟁 당시 미 해병대에 250달러에 팔려 입대했다.
아침해는 두달간의 훈련 끝에 M20 무반동포(recoilless rifle) 포탄 운반 임무를 맡게 됐다. 그러면서 무반동포 영어 발음과 닮은 ‘레클리스(reckless·무모한)’를 새 이름으로 받았다.
레클리스는 산악 지형이 많은 전장에서 물자 공급을 주로 맡았다. 특히 1953년 전투에서는 포격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두 차례 부상을 입고도 51차례에 걸쳐 368발(약 4톤)의 포탄을 운반하는 공을 세웠다. 이는 미 해병대가 발포한 포탄의 95%에 달하는 분량이다.
레클리스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57년 군마 최초로 미 해병대 하사 계급장을 받았다. 또 미국 '라이프'지 선정 '미국 100대 영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레클리스는 1960년 미 해병대에서 전역했다. 당시 퇴직금으로 평생 먹을 사료와 축사를 제공받았다.
레클리스는 1968년 세사를 떠나기 전까지 숫말 ‘피어리스(Fearless·용감한)’ 등 새끼 4마리를 낳았다.
미 해병대 본부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 6개의 레클리스 동상이 세워졌다. 한국에서는 2016년 경기 연천에 이어 두번째로 제주에 동상이 마련됐다.
이날 제막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정기환 한국마사회장, 제이콥 로빈슨 주한 미 해병대 부사령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비롯해 한미 해병대 관계자 및 참전용사, 말산업 종사자, 도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해병 의장대와 군악대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레클리스 소개 영상 상영, 제막식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김기환 한국마사회장은 개회사에서 "레클리스 동상 제막은 말산업과 말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시대적 정신을 구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레클리스의 업적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말산업 공기업으로 맡은 바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한국전쟁과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역사를 함께 쓴 자랑스러운 제주마 레클리스를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했다"며 "이번 제막식을 계기로 레클리스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제주 말산업특구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러한 노력이 한미동맹의 발전으로 승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이콥 로빈슨 주한 미 해병대 부사령관은 "작은 체구였지만 모든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준 레클리스는 진정한 해병이었다"며 "한국의 딸이자 모든 해병의 자매인 레클리스의 유산은 양국을 영원히 하나로 묶어줄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동상이 한미 양국 국민의 끈기와 용기, 동맹 의지를 후대에 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평택 미군기지 레클리스 동상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레클리스가 보여준 용맹함과 충성심은 해병대의 귀감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막식 이후 참석자들은 레클리스 기념관을 둘러보고, 제주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드론라이트쇼와 콘서트도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