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 D.C.를 찾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현지시간)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곤련해 “타깃(특정한 환율 목표치)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 총회에 참석한 뒤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환율이 너무 빨리 절상 또는 절하되지 않는가에 주목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의 이같은 언급은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중국 경기 부진, 중동과 우크라이나 사태 확전 가능성에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발언은 강달러가 현재 전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원화 약세 그 자체보다는 환율 등락 속도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환율이 어느 속도를 넘어서서 박스권을 벗어나면 조정이 필요한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최근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 시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이에 따라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이어진 11월 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본 뒤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한지 여부 등을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IMF·WBG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역시 미국을 방문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약세가 가파르다는 지적에 대해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약세 속도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면이 있어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뒤 “환율 변동성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기에 '쏠림 현상'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