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관학교(3사관학교·학군장교·학사장교 등) 출신 장교들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에 비해 장군으로 진급하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9년간(2015~2023년) 육·해공·해병대 장성 계급별 진급 현황’에 따르면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장성 진출률은 78.4%에 달했다. 반면 비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은 21.6%에 그쳤다.
최근 9년간 대령에서 준장 진급자는 총 714명으로 이 가운데 육사·해사·공사 등 사관학교 출신은 560명이었다. 반면 3사관학교·학군장교·학사장교 등 비사관학교 출신은 154명에 불과했다.
장성 진출률은 각각 78.4%, 21.6%를 기록했다. 사관학교 출신 8명이 대령에서 준장으로 별을 달 때 비사관학교 출신은 2명만 준장으로 진급해 사관학교 출신이 4배 가량 월등히 많은 진급자를 배출했다.
육·해·공·해병대 각 군 별로 살펴보면, 육군은 육사 출신의 장성 진출률은 71.1%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은 29.1%였다. 해군은 해사 출신의 장성 진출률은 90.3%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은 9.7%에 불과했다. 공군은 공사 출신의 장성 진출률은 97.4%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은 2.6%에 그쳤다. 해병대는 해사 출신의 장성 진출률은 91.7%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은 8.3%에 머물렀다.
육군은 해·공군·해병대에 비해 장교를 다양하게 배출하고 있어 장성 진출률로 보면 육사 출신들이 해사, 공사 출신들에 비해 20% 가량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육군은 비사관학교 출신들의 장성 진출률이 30%에 가깝다. 반면 해군과 공군은 군 특성상 처음부터 장기복무를 하는 해사, 공사 출신들이 유리해 90%가 넘는 장성 진출률을 기록하며 비사관학교 출신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사·공사 출신 장성 진출률 90% 넘어
준장에서 소장으로, 소장에서 중장으로,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출하는 장교들도 역시 사관학교 출신이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9년간(2015~2023년) 준장에서 소장으로의 진급자는 총 310명으로 사관학교 출신이 83.2%(258명)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비사관학교 출신은 16.8%(52명)만 장성으로 진출했다.
육사 출신의 소장 진출률은 76.6%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은 23.4%였다. 해사 출신의 소장 진출률은 95.5%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은 4.5%였다. 공사 출신의 소장 진출률은 98.0%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은 2.0%였다. 해병대는 해사 출신의 소장 진출률은 100%를 차지했다.
소장에서 중장으로의 진급 역시 사관학교 출신이 득세했다. 최근 9년간(2015~2023년) 소장에서 중장으로의 진급자는 총 123명으로 사관학교 출신이 86.2%(106명)인 반면 비사관학교 출신은 13.8%(17명)에 불과했다.
육군은 육사 출신의 중장 진출률은 79.9%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은 20.1%였다. 그러나 해군과 공군, 해병대는 해사, 공사 출신의 중장 진출률이 100%였다. 소수군인 특성상 해군, 공사, 해병대는 사관학교 출신이 완전 독점하면서 비사관학교 출신에겐 중장 문턱부터 유리천장같은 존재였다.
군 최고 계급인 대장 진급자의 경우 최근 9년간(2015~2023년) 총 39명 가운데 사관학교 출신이 84.6%(33명)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이 15.4%(6명)으로 나타났다.
육군은 육사 출신 대장 진출률은 75.0%이고, 비사관학교 출신은 25.0%였다. 반면 해군과 공군은 해사, 공사 출신의 대장 진출률이 100%였다. 이는 해군과 공군의 중장 진급자가 100% 해사, 공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남군과 여군의 장성 진급 격차는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9년간 (2015~2023년) 대령에서 준장 진급자는 총 710명으로 이 가운데 여군은 14명에 그쳤다. 약 2.0%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준장에서 소장으로의 진급자는 총 310명인데 남군은 308명으로 99.4%였다. 여군은 단 2명으로 약 0.6%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격차를 보였다. 특히 소장에서 중장, 중장에서 대장 진급한 여군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육·해·공군·해병대 모든 병과가 여군에게 개방됐다. 여군 비율도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지만 군은 여군들에겐 여전히 큰 장벽이 존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여군 장교 7700여 명, 여군 부사관 1만 1500여 명 등 총 1만 9200여 명의 여군이 복무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육군 1만 2400여 명, 공군 3300여 명, 해군 2700여 명, 해병대 800여 명 등으로 남군 대비 여군 비율은 10.9%다.
국방부는 오는 2027년까지 우리 군의 장교·부사관 가운데 여군 비율을 15.3%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1997년 공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1998년 육군사관학교, 1999년 해군사관학교에 각각 여생도 입학을 허용했다. 2011년부턴 여자대학으로 학군단(ROTC)이 확대 설치되면서 현재 3000여 명의 여군 ROTC(학군장교)를 배출했다.
2014년부터 육·해·공군 모든 병과가 여군 장교에게 개방돼 전 병과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사라졌다. 하지만 군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여군에게는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세계다.
이런 탓에 여군의 희망전역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5년 간 842명에 달한다. 2019년 108명에서 △2020년 116명 △2021년 112명 △2022년 158명 △2023년 180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9월까지 168명이 희망전역 한 상태다.
이 같은 실상으로 여군이 설 수 있는 자리는 계속 좁아질 수 밖에 없다. 2024년 10월 현재 여군 장성은 육군 준장이 4명 있고, 해군, 공군, 해병대에는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조직의 다양성과 발전 가능성을 제약하는 현 인사 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며 “군이 사관학교 중심, 남성 중심 문화에서 탈피해 능력 있는 비사관학교, 여군의 장성 진급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