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만파식적] 브릭스 브리지






미국 등 서방국들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 후 중대 조치를 내렸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시킨 것이다. ‘금융 제재의 핵옵션’으로 불리는 스위프트 퇴출 제재를 받게 되면 수출하고도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러시아는 이후 제3국을 통해 우회하거나 건건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식으로 제한적으로 국제 거래를 해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스위프트망을 활용해 전 세계의 모든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면서 특정 국가의 경제적 목줄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달러화가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관련기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기 위해 중국과 일부 신흥국들을 모아 탈(脫)달러 지급결제 시스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브리지(Bridge)’라는 지급결제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러시아와 중국 등 브릭스 국가 대부분은 달러 패권에 불만이 많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나는 매일 밤 자문한다. 왜 모든 국가가 달러로 거래해야 하는가”라며 탈달러 금융질서 구축을 촉구했다. 브릭스 브리지는 해당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직접 국가 간 지급결제 처리를 맡는다. 달러를 거치지 않고 자국과 상대국의 통화를 직거래하는 셈이다. 러시아는 향후 1년 내 브릭스 브리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구축된 달러 패권은 계속되는 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하다.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려 안간힘을 써왔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브릭스 브리지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제 블록화 흐름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활로를 찾으려면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 기민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