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커피에 쓰는 지출을 줄이면서 미국 커피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가정용 커피 시장부터 스타벅스 같은 전문점에 이르기까지 가격 할인 정책마저 먹혀들지 않으면서 업체들은 매출 확대를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가정용 커피캡슐 제조 업체인 큐리그닥터페퍼는 지난 분기 가격을 평균 6.3% 인하했지만 결국 매출은 3.6% 감소했다. 가격 인하가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큐리그의 최고경영자(CEO) 팀 코퍼는 “가정용 커피 시장의 성과가 부진했고 계획했던 것보다 회복이 더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캡슐커피를 포함한 미국 가정용 커피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 활성화로 시장이 커졌다가 최근 들어 위축되고 있다. 제프리스의 집계에 따르면 커피 원두와 캡슐 등 가정용 커피의 미국 내 매출은 지난해 10월 5일 이후 1년 동안 1.4% 감소했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외식비나 임의 소비재 지출을 줄여서다. 인스턴트커피를 만드는 네슬레의 로랑 프렉스 CEO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약하고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성장이 활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원료 가격은 오르는데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과 시장점유율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커피 전문점 1위 업체인 스타벅스도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스타벅스는 할인을 좀처럼 하지 않는 프리미엄 전략을 깨고 올 들어 ‘1+1’이나 50%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고객의 발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스타벅스는 최근 예비 실적 발표에서 4분기(7~9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 감소한 91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LSEG의 시장 전망치 93억 8000만 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아울러 북미 지역에서 동일 매장 매출이 6%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3개 분기 연속 감소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CEO는 “분기 실적을 보면 근본적으로 전략을 바꿔야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할인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고 있다. 큐리그는 내년부터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으며 스타벅스는 지난달 초 니콜 CEO가 부임하면서 더 나은 서비스와 고품질 커피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WSJ는 “스타벅스는 이달 초 매장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전략 설명회에서 연말연시에 프로모션을 제공하지 않고 대신 광고를 통해 계절 메뉴를 홍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