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노다 요시히코





“미꾸라지처럼 촌스럽게 국민을 위해 땀을 흘리며 정치를 발전시키겠습니다.”



2011년 8월 당시 여당이었던 일본 민주당의 당 대표 경선 연설에서 노다 요시히코 후보는 이 한마디로 불리한 판세를 뒤집었다. 2차 결선 투표에서 역전승을 거둬 당 대표가 된 그는 이튿날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됐다. 노다는 총리 취임 후 소비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과감한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으로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지 못한 채 2012년 12월 총선 참패로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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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에게 12년 만에 재기의 발판이 만들어졌다. 이달 27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기존 247석이었던 집권 자민당이 191석을 얻는 데 그치며 과반 확보에 실패한 틈을 타 노다가 신임 대표를 맡은 입헌민주당이 50석이나 늘어난 148석이나 차지하게 된 것이다.

1957년 지바현에서 태어난 노다는 와세다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 정치·행정 리더 양성 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에 1기로 입학해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1987년 지바현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1992년 중도 우익 일본신당에 합류하고 이듬해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2000년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2009년 민주당이 집권한 뒤에는 재무상 등으로 일했다. 총리 재임 당시에는 위안부 문제 등을 두고 우리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우리나라를 선택해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등 실용적인 면모도 보였다. 총리에서 실각한 뒤에는 당내 입지가 좁아져 2017년 무소속 모임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20년 9월 중도 성향 입헌민주당에 합류했고 올해 9월 23일 경선에서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노다가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제를 살리지 못한 자민당의 무능과 비자금 사건 등 부패 문제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는 이 기회를 노려 다른 야당들과 연립해 정권 교체를 시도할 것 같다. 우리 정부는 요동치는 일본 정계의 구도 변화 속에서도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면밀한 외교 전략을 펴고 여야도 초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민병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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